정부는 1일 북한에 쌀 차관과 비료 지원에 앞서 6자회담의 합의 내용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인도적 지원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 중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했다.

이 장관은 40분간 면담 후 기자들에게 "북핵 폐기에 이르는 초기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회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약속 이행을 강조하며 쌀과 비료의 조기 지원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북핵 6자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입국시키기로 합의했으며 이행 시한은 4월13일까지다.

제20차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이날 남북은 공동보도문 발표를 하루 앞두고 막판 조율을 시도했다.

양측은 회담정례화 등에 의견을 모았으나 쌀 차관 규모와 방식을 정하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와 경의·동해선 철도 연결 일정을 어떻게 잡느냐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북 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경추위를 이달 안에 열자고 재촉한 반면 우리 측은 본격적인 지원은 북한이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4월 중 이산가족상봉부터 실시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정부는 수해 복구용으로 지난해 약속한 물자 중 쌀 1만t 등 남은 물량과 봄철 비료 일부는 먼저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분계선의 긴장 완화를 위해 철도 연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부는 상반기 열차 시험운행 실시,연내 개통 등 일정을 확정하자고 주문하고 있으나 북 측은 군부의 반대로 소극적이다.

이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필요하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밝히고 "사안마다 합의하는 데 진통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합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우리 측 회담 대표가 북한 정부의 최고위 인사인 김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박재규(2000년 8월 2차),정세현(2002년 10월 8차) 당시 통일부 장관이 예방했고 정동영(2005년 9월 16차),이종석(2006년 4월 18차) 당시 장관은 만나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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