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고,미국 시트콤 배우인 제리 사인펠트는 "사람은 얼굴만으로도 먹고 산다(You don't see many handsome homeless)"는 진담 같은 농담을 했다.

출중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누리는 이익은 경제학자에게도 연구 대상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외모가 주는 임금 프리미엄이 5∼10%에 달하며,이는 약 3년간의 추가 교육이 주는 임금 상승 효과에 상응한다는 해머메시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미 유수 학술저널을 통해 알려졌다.

외모가 고객 확보 면에서 직접 도움이 될 것 같은 직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며,여성에 한정된 얘기도 아니다.

심지어 교수의 외모도 대학생들의 강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우리나라 예비 졸업생 중 취업을 했다고 학교에 인사온 학생들의 순서는 실력순보다 외모순이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 정도 되면 외모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심미적 필요성 외에 경제적 합리성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외모에 대한 보상이 확연한 사회에서 외모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형·미용 시장,화장품 시장,다이어트·몸매관리 시장을 합친 '뷰티산업'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다이어트와 성형에 열을 올리는 세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

지방흡입술을 비하하고,성형미인을 자연미인과 구분해 폄하하는 심리에 대한 분석은 경제학자의 몫이 아니다.

만약 경제학적 시각에서 '외모지상주의(lookism)'를 우려한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첫째 외모가 생산성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종의 차별에 의해 외모 프리미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고용주가 용모가 뛰어난 사람이 무슨 일에 도움이 되는가에 상관없이 차별을 행사하면서,용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자기와 별로 대면할 일이 없는 특정 부서에 몰아넣는다면,업적 평가나 승진이 생산성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둘째 한 개인의 소비 행태가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또래집단의 친구를 따라 부화뇌동하기 쉬운 10대들에게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 열풍이 확산되는 것은 외모 고치기를 향한 '악대마차 효과(bandwagon effect)'로 볼 수 있다.

셋째 외모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집착이 외모를 이용한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를 유도하거나 존속시키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원래 외모와 같은 개인적인 특질은 그저 물려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차별구조를 이용해 추가 보수를 누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데,모든 사람들이 외모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외모에 대한 경제적 지대를 문제 삼기 어려워진다.

물론 성형미인의 양산에 따라 외모에 대한 보수가 점차 낮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투자가 개인적 합리성은 담고 있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적인 합리성은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모에 따라 생산성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을 때,사람들은 부당한 차별에 함께 저항하기보다는 성형수술로 자기의 외모를 고치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외모 이외에도 이런 예는 많이 있다.

예컨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만연할 때,사람들은 당국에 상수원 보호와 정화 장치 개선을 촉구하기보다는 서둘러 가정용 정수기를 자기 집에 사들여 놓는다.

또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것이 주 기능인 대학입시를 위해 사교육 과다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사람들은 다 같이 사교육을 자제하기로 합의해 돈이 적게 드는 입시를 치르기보다는 다 같이 자기 자식의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집단적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사람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차선의 방식을 택한다.

물론 대개의 경우 집단적 문제 해결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방식이다.

전체적 합리성의 실현을 통해 더 나은 사회적 균형으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합리성에 갇혀 나쁜 균형에 머무는 상황을 외모 고치기 경쟁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