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당뇨병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당뇨병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2002년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5.3명으로 2위인 미국(20.9명)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OECD 국가 평균인 13.7명에 비하면 거의 세 배에 달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당뇨병 발병 높여

당뇨병은 몸속의 혈당치가 올라가 혈관의 질이 나빠져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혈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당뇨병 환자들이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당뇨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1998년 300만명에서 2003년 401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5년에는 553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승용차 엘리베이터 리모컨의 이용이 늘며 활동량은 주는 반면 당뇨병을 유발하는 고열량의 가공 탄수화물 섭취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관우 아주대병원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성인들의 상당수는 굶주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충분히 활성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성장하며 과도할 정도로 영양공급이 이뤄지자 베타세포가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해 당뇨병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개발도상국의 당뇨병·비만 발병률 상승 속도가 대체로 선진국보다 높은 현상은 이런 데서 기인한다는 것.


◆30대 환자 많아져 사망률 급상승

당뇨병은 질병 자체로는 사망 위험성이 낮은 편이다. 이 보다는 혈관 기능의 저하로 생기는 각종 합병증이 무섭다. 신장병,심장병,발이 썩는 족부궤양,전신 감염 등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을 가진 말기 신부전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9%로 나타났다. 암환자 평균 5년 생존율인 45.9%보다도 낮다. 당뇨 합병증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이 OECD국가 중 최고인 것은 최근 30대 당뇨병 환자의 증가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다. 윤건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30대 당뇨병 환자 수가 지난 20년간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전체 30대의 4∼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환자의 경우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비해 백인들의 경우 30대 당뇨병환자 비율은 1% 미만에 그치고 55세를 넘어 비만해질 때 비로소 당뇨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꼽 위 볼록나온 비만은 당뇨 '징후'

30대들이 당뇨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징후는 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꼽 위가 볼록 튀어나오는 '중심성' 비만을 들 수 있다. 이 비만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흰쌀밥 라면 술 꿀과 같은 고탄수화물 식품을 즐겨 먹는 데서 비롯한다.

이런 음식을 통해 섭취된 탄수화물의 잉여분은 혈중 중성지방의 농도를 높이고 이는 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하게 된다. 동맥경화는 당뇨병 환자의 사망을 불러오는 최대 이유인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으로 진단 받았을 경우 우선 적게 먹고 술을 절제할 것을 권고한다. 또 같은 식사량이라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