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월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난 데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원화 환율도 오르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내수경기 침체로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공산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고,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어 상반기 물가 불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월 물가 가파른 상승세 '심상찮네'
◆2월 소비자물가 0.7% 상승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설 제수용품 가격상승과 개인서비스요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올랐다.

물가 수준 자체는 한국은행의 관리목표치 2.5~3.5% 아래에 있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7%로 2005년 1월(1%)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전월 대비 0.5%씩 하락했던 소비자물가가 12월 0.3%,1월 0.2% 오르더니 2월 들어서는 상승폭이 커졌다.

2월 물가가 오른 데에는 설 제수용품 가격상승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더라도 물가(근원물가)는 전달보다 0.4% 올라 지난해 4월(0.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농수산물을 제외한 품목 중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은 가정학습지(8.3%) 해외단체여행비(6.6%) 자동차임의보험료(6%) 자동차용LPG(6.5%) 금반지(2.5%) 등이었다.

집값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집세(전세와 월세)는 전달보다 0.2% 올랐다.


◆유가불안·환율상승시 물가부담 커져

미국의 석유소비 증가와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21센트(0.3%) 오른 62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국제적인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원화 환율이 올해부터는 '상승'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929원80전이었으나 이날 943원10전으로 올랐다.

원·엔 환율(100엔 기준)도 지난해 말 783원2전에서 801원39전으로 뛰어올랐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업들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으로 인해 제품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으나 최근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농심은 밀 콩 우유 등 원자재가격 상승을 반영해 이달부터 라면과 스낵제품 가격을 50~100원씩 평균 7.4% 인상했고,롯데칠성도 오렌지주스 등의 가격을 평균 12.5% 올렸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쓰레기봉투 등의 공공요금 인상을 준비 중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