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폭락에 이어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엔화 가치 급상승이 최근 중국 등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엔캐리(낮은 금리로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 청산에 따른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동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화 상승이 기조적으로 진행되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국내 수출 대형주들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 증시 전체에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엔캐리 본격 청산될까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등 신흥국 증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엔화를 차입해 신흥국에 투자했던 단기 핫머니성 자금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격히 청산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최근 이틀간 대규모 순매도를 보인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캐리 자금 청산이 확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현재 1조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엔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겠지만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에 따른 미국 롱텀캐피털의 파산 충격으로 세계 증시가 요동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엔캐리가 급격히 청산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요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엔캐리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오 파트장은 "최근 엔캐리 거래의 일부 청산은 통화 선물시장에서 연초 엔화 약세에 베팅해 사상 최고치로 쌓였던 엔화 매도 포지션이 급하게 정리되는 것에 따른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수출주에는 큰 호재

김준연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2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 관련주들의 실적이 다소 저조했던 것은 같은 기간 원화 대비 엔화 환율이 25%가량 절하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주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강세 시 일본과 브랜드 인지도 격차가 큰 자동차보다는 격차가 거의 없는 정보기술(IT) 제품의 상대적인 수혜폭이 클 수 있다"며 "반면 조선업은 일본 업체들이 국내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 벌크선 쪽으로 밀려난 까닭에 엔화 절상에 따른 수혜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 평가 회사인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엔 강세가 기조적이라고 판단된다면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환차익에 따른 부가 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