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모투자펀드(PEF)들에 의한 초대형 기업인수·합병(M&A)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한경 3일자 참조).국제 금융시장과 기업경영권에 미치는 PEF의 영향력이 급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에 다름 아니고 보면 펀드자본주의의 만개(滿開)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PEF의 최근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올 들어서만도 미(美) 최대 부동산업체 EOP와 최대 전력회사 TXU 등이 390억달러(약 36조원)~450억달러(약 42조원)에 잇따라 대형 PEF의 손에 넘어갔다.

또 지난해 PEF가 주도한 세계 M&A 규모가 7000억달러에 이르러 전년보다 두 배,10년 전에 비해선 20배에 달했다니 성장속도가 얼마나 가파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PEF를 비롯한 펀드자본의 급팽창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제적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제공해 주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한다.

반면 기업들을 끊임없이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게 만들고,무더기로 몰려다니며 경제구조가 취약(脆弱)한 국가들에 갑작스런 경제불안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 또한 이런 영향권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펀드들은 아직도 규모 면에서 취약한 까닭에 외국자본이 증시 등 국내 금융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있어 우려가 크다.

PEF만 해도 지난해 말 현재 총 28개, 출자 이행액은 2조5228억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따라서 펀드의 대형화를 이뤄내는 일이 대단히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 규제완화를 통해 시중유동자금과 산업자금 등이 펀드로 향할 수 있는 길을 보다 넓혀줄 필요가 있다.

또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안도 기관투자가 및 펀드 대형화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서둘러 합의를 도출해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을 통해 기업경영권 보호를 강화하는 일이다. 펀드자본주의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大勢)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주식을 4%나 보유한 사실이 시사하듯 PEF뿐 아니라 온갖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까지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