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자 은행들이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에 환차손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엔화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환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안내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탈 경우 자칫 고객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미국 경제의 취약성이 제기되고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일부가 청산되면서 지난 주말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16.77엔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눠 계산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807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금리인상 직후인 지난달 23일 772원대까지 떨어졌다가 6거래일 만에 무려 35원이나 뛴 것이다.

지난 2일 도쿄외환시장 오후 3시 엔·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하는 원·엔 종가는 801원39전이었다.

은행권의 엔화대출은 개인사업자들이 저금리의 엔화대출을 빌려 편법으로 부동산 투자나 기존 대출상환 용도로 쓰는 행태가 확산되면서 작년 상반기까지 급속도로 팽창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금융감독당국이 개인사업자에 대한 엔화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일본 수출입업체 등 엔화 실수요자 외에 신규취급이 거의 없는 상태지만 2월 말 현재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6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1조2143억엔에 이른다.

엔화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저금리 효과를 보기 위해 원화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기업금융부의 이동호 과장은 "현재 엔화대출 금리는 2~3%대,원화대출 금리는 6~7%대 이상으로,금리만 보면 아직까지 엔화대출이 유리하지만 원·엔 환율이 급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관리 차원에서 엔화대출 고객들에게 원화대출로 갈아 탈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