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샌드위치로만 끝나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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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산업부장 cheol@hankyung.com >
작년 말 국내 조선업계는 생소한 한 중국 조선업체의 등장에 놀랐다. 상하이에 자리잡고 있는 와이가오치아오(外高橋)조선소라는 중견업체가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8위에 오른 것이다. 중국 조선산업의 잠재성은 의식하고 있었지만 당혹스러울 정도의 급성장이었다. 그런데도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이 회사의 슈핑 부사장은 "아직도 우리는 한국의 조선소에 비해 작은 회사이며 갈 길이 멀다"고 겸손해했다. 그의 말에서는 중국 특유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보다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뿐만이 아니다. 슈핑 부사장은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한국도 좋은 경쟁 상대이지만 우리는 지금 인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이는 정부의 조선산업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해 한국 조선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과 저임의 인도 사이에서 생존책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국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선산업이 벌써 인도를 잠재적 위협상대로 지목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정부와 기업의 지도자들이 그런 혜안을 갖고 있다는 게 두려울 정도"라며 부러워했다.
최근 국내 경제계에서 '샌드위치론(論)'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옴쭉달싹 못할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다분히 예상돼온 일이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체감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의 이 같은 진단은 국내 경제계의 상황인식을 최종 수렴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이나 기업 임원들이 걱정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두 총수가 샌드위치론을 비슷한 시기에 설파하고 나선 것은 올 들어 한·중·일의 산업 경쟁구도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주요 글로벌 시장인 미국과 인도,중국 등에서 현대·기아차가 중·일 업체의 공세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IT(정보기술)산업도 일본 업체의 반격에 움찔하고 있다. 조선산업에서는 실제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기술력에서 10년은 뒤져 있다고 폄하했던 중국 조선업체들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휩쓸며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재계 고위 임원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일본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설비투자율이 10년 전 수준을 밑돌고,각종 규제와 반(反)기업적 정서가 기업의 기(氣)를 꺾고,극심한 이기주의에 빠진 대기업 귀족노조가 생산활동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지속된다면,거대한 시장규모와 자원을 앞세운 인도와 베트남 등이 제2의 중국이 될 날이 그리 멀지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이 벌써 인도를 의식해 샌드위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경제계도 오래 전부터 경보 발령을 발동해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을 뿐이다.
작년 말 국내 조선업계는 생소한 한 중국 조선업체의 등장에 놀랐다. 상하이에 자리잡고 있는 와이가오치아오(外高橋)조선소라는 중견업체가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8위에 오른 것이다. 중국 조선산업의 잠재성은 의식하고 있었지만 당혹스러울 정도의 급성장이었다. 그런데도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이 회사의 슈핑 부사장은 "아직도 우리는 한국의 조선소에 비해 작은 회사이며 갈 길이 멀다"고 겸손해했다. 그의 말에서는 중국 특유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보다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뿐만이 아니다. 슈핑 부사장은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한국도 좋은 경쟁 상대이지만 우리는 지금 인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이는 정부의 조선산업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해 한국 조선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과 저임의 인도 사이에서 생존책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국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선산업이 벌써 인도를 잠재적 위협상대로 지목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정부와 기업의 지도자들이 그런 혜안을 갖고 있다는 게 두려울 정도"라며 부러워했다.
최근 국내 경제계에서 '샌드위치론(論)'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옴쭉달싹 못할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다분히 예상돼온 일이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체감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의 이 같은 진단은 국내 경제계의 상황인식을 최종 수렴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이나 기업 임원들이 걱정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두 총수가 샌드위치론을 비슷한 시기에 설파하고 나선 것은 올 들어 한·중·일의 산업 경쟁구도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주요 글로벌 시장인 미국과 인도,중국 등에서 현대·기아차가 중·일 업체의 공세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IT(정보기술)산업도 일본 업체의 반격에 움찔하고 있다. 조선산업에서는 실제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기술력에서 10년은 뒤져 있다고 폄하했던 중국 조선업체들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휩쓸며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재계 고위 임원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일본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설비투자율이 10년 전 수준을 밑돌고,각종 규제와 반(反)기업적 정서가 기업의 기(氣)를 꺾고,극심한 이기주의에 빠진 대기업 귀족노조가 생산활동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지속된다면,거대한 시장규모와 자원을 앞세운 인도와 베트남 등이 제2의 중국이 될 날이 그리 멀지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이 벌써 인도를 의식해 샌드위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경제계도 오래 전부터 경보 발령을 발동해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