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시장에서 이른바 `차이나 쇼크'에 의해 촉발된 코스피지수의 하락세가 나흘 연속 지속되면서 증시 주변에서 각종 국내외 변수들에 대한 분석과 함께 조정 국면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택지표, 중국의 긴축분위기, 일본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 등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약세와 함께 8일로 예정된 트리플위칭데이(지수 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에 따른 수급불안 등이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8분 현재 전날보다 22.60포인트(1.60%) 하락한 1,391.87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은 1천446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며 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美 주택지표 불안..."글로벌증시 불안의 뿌리는 중국 아닌 미국"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하락은 `차이나 쇼크'에서 시작됐지만 근본원인을 미국 경제에서 찾는 증시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경기 연착륙에 기대를 걸면서 미 증시 하락의 발단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 증가도 전반적인 신용경색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데 따른 부담으로 급락했지만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다른 구조적 악재는 찾기 힘들다"면서 "문제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최근 미국증시는 내부 불안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주택경기 부진, 서브프라임 등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증가, 유가상승에 따른 소비 부진, 주요 기업들의 이익전망치 하향 등 그동안 연착률 기대감에 묻혀있다가 최근 드러나기 시작한 미국 경제의 부정적인 신호들이 미국 증시의 하락폭을 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은 그러나 "핵심은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 증가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전체 모기지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지 여부이지만 미국 경제성장률이 회복 가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같은 우려는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中 긴축분위기 지속..전인대서 성장률 낮춘다 공언

대신증권 성 연구원은 "1월 말 중국 증시 조정이 정책당국의 과열 경고 등 구두개입에 의한 것이었다면 지난달 말 시작된 중국 증시 조정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내용으로 하는 자본소득세법, 대출자금을 이용한 주식투자에 대한 조사, 추가긴축정책 등 시장 루머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개막된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제시하고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예전처럼 강한 복원력을 나타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국 정책당국이 증시 과열을 원치 않고 있으며 중국 증시의 고평가 양상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양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7일로 예정된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 전후 중국 위안화 절상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증시의 추이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중국 증시의 추가조정은 중국 증시 자체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및 아시아증시로의 추가 확산은 단기적, 심리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가별 투자자금 배분 재조정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日 엔화 강세..엔 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공포

일본 엔화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앤캐리 트레이드자금의 청산 논란이 뜨겁다.

1조달러로 추정되고 있는 이 자금의 청산이 현실화될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이머지마켓(신흥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엔화 강세 전망을 감안할 때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4% 수준인데다 엔화의 절상폭도 크지 않아 앤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본격 청산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수급..8일 트리플위칭데이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정례회의

수급측면도 증시의 반등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양증권 홍 연구원은 "비록 지난주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규모가 4조원대 이하로 줄었지만 8일로 예정된 트리플위칭데이가 투자심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주 중반이후 외국인 마저 순매도로 전환하는 등 현물부문의 매수주체가 사라진 만큼 이번 주 국내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류 연구위원은 금통위 회의와 관련 "1월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결과가 경기회복 지연을 예고하고 실물경기도 완만한 경기둔화를 시사하고 있을 뿐아니라 소비자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글로벌 긴축기조와의 동조화에서는 한발 물러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