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와 페르시아 간의 전투장면은 기괴하다.

스파르타군은 창과 방패를 네모꼴로 배치한 진용으로 페르시아군의 공세를 물리친다.

말을 탄 페르시아군은 영리하게 짜여진 스파르타군의 삼각 편대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괴상망측하게 생긴 꼽추,실제보다 휠씬 덩치가 큰 코끼리,늑대를 닮은 괴물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은 독특한 비주얼을 담아낸 팬터지 사극이다.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전장의 거친 질감을 살려냈던 정통 서사극 '글래디에이터'와 '알렉산더',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로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룬 전쟁사극 중 가장 색다른 작품이다.

프랭크 밀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모든 장면에 특수효과를 도입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내레이터가 이끌어 가는 전개 방식도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가깝다.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 성찰하고 음미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2500년 전 페르시아 왕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하면서 시작된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는 300명의 용사를 이끌고 협곡에서 이들과 맞선다.

스파르타군의 지원을 둘러싼 왕비와 의원 간 암투극이 곁들여지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다.

대부분의 장면은 혹독한 스파르타식 교육과 독특한 전투 묘사에 할애돼 있다.

그만큼 비주얼이 강하다.

원작 만화 속 선의 힘과 강렬한 실루엣이 느껴질 정도로 전쟁터는 고도의 인공적인 공간이다.

화면은 분위기에 따라 흑백이나 컬러로 채색됐다.

그래서 역사 속 전쟁이라기보다는 신화나 전설 속의 전쟁을 그려낸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 드라마는 약해졌다.

인위적인 연출 의도가 지나친 나머지 인물들도 핏기를 잃었다.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지 않고 인물들이 미리 정해진 무대에 들어가 연출자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듯싶다.

이 때문에 사실성이 약화됐고 공감대도 떨어졌다.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가 인물들을 좇아가야 리얼리티가 살아난다'고.15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