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대혼란] 글로벌 증시 2차 쇼크…조정 길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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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코스피지수는 38포인트 넘게 빠지며 14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사흘째 대규모 팔자에 나선 것이 수급의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도 2∼4%씩 줄줄이 급락했다. 지난주 차이나쇼크에 이어 글로벌 증시에 2차 충격파가 몰아친 것이다. 현 시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단기 지지선인 1400 선이 무너진 국내 증시가 어디까지 추가 조정을 받을 것인가 △글로벌 유동성 악화 요인으로 꼽히는 엔캐리(일본 내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청산이 본격화될 것인가 △중국 긴축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될 것인가 등이다.
◆조정폭 예상보다 깊어질 수도
최근 3년간은 글로벌 증시가 급조정을 받으면 일정기간 후 곧바로 'V'자로 반등,갈수록 저점과 고점을 높여가는 대세 상승세를 이어왔다. 2004년 4월의 1차 '차이나쇼크'때나,2005년 3월의 미국발 금리인상 우려,2006년 5월의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 충격 당시가 모두 그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조정은 과거처럼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국내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차원에서도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김기수 CLSA증권 한국 대표는 "장기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극도로 쌓인 데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로 글로벌 유동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조정의 폭과 기간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영호 JP모건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의 고성장에 베팅했던 글로벌 자금이 전 세계적인 경기 우려가 높아지자 동시에 빠져나오면서 증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들 자금이 선진국 시장이나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정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시황 전문가들은 조정을 받더라도 당분간 1400 선은 지킬 것으로 예상했으나,차이나쇼크 후 불과 4일 만에 1400 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점으로 여겨지던 1300∼1350 선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이 국내보다는 해외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인 만큼 조정폭과 기간을 예상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글로벌 자금흐름이나 경기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엔캐리 청산 본격화되나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그동안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낮은 금리로 엔화를 대출받아 수익률이 높은 신흥시장 증시에 투자한 금액이 많게는 1조달러에 이른다. 최근 일본 금리 인상에다 엔화 강세로 이 자금의 청산(일본 환류)이 현실화될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이머지마켓 증시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영익 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엔화 강세 전망을 감안할 때 엔캐리 청산은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히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엔캐리 자금의 이머징마켓 이탈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며칠째 대거 순매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금리차가 3∼4%포인트대 수준인 데다 엔화의 절상폭이 급격히 이뤄지지 않는 한 엔캐리 자금의 본격 청산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에 주목해야
일각에선 이번 글로벌 증시 급조정이 '차이나쇼크'로 발단이 됐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경기 둔화가 더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주택경기 부진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증가,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부진,주요 기업들의 이익전망치 하향 등 그동안 연착륙 기대감에 묻혀있다가 최근 드러나기 시작한 미국 경제의 부정적인 신호들이 글로벌 증시의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증시 동반 조정의 폭과 기간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한 해답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변수에 달려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중국 증시의 8%대 급락이 글로벌 증시 동반 폭락에 불을 댕겼지만 중국의 경우 많이 올랐다는 것 말고는 구조적인 악재를 찾기 어렵다"며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면 미국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특히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 지표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 주택지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는 국면에서 세계 증시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