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급작스런 조정 여파가 원자재 및 상품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금속은 물론 석유 곡물 등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증시가 전반적으로 과열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 전망이 높아진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몰렸으나 최근 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원자재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일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니켈은 5%,구리와 아연은 각각 3%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

설탕도 5% 하락하며 5일째 약세를 지속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금값도 하락세로 반전,지난주 초 증시급락 이전에 비해 무려 7% 넘게 내렸다.

원유 가격도 이틀째 떨어졌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최근월물은 전일보다 2.6% 빠진 배럴당 60.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2.1% 내린 배럴당 60.80달러에 거래됐다.

휘발유의 경우 낙폭이 더 커 3%가량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이날 전일보다 1.8% 빠진 437.39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면서 원자재시장에서도 위험회피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시장이 증시와 함께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상품 애널리스트 케빈 노리시는 "상품 및 원자재시장에서 펀더멘털이 변한 것은 없으나 헤지펀드 등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비롯해 다른 투자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원자재를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번 증시 파동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증시의 시가 총액이 1조5000억~1조8000억달러 빠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의 한 헤지펀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현재의 주식 및 원자재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피하고 차입을 통한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디리스킹(derisking)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최근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신용파생상품의 위험헤지 비용 급등 등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유 중인 회사채가 지급불능이 될 경우에 대비해 보험처럼 사 놓는 신용파생상품인 크레딧디폴트스와프(CDS) 가격은 1주일 만에 50%나 폭등했다.

미국 및 중국의 경기둔화 전망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원자재시장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일 개막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밝힌 데다 최근 발표된 각종 미국 경제지표가 향후 미국 경제 전망을 다소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우려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