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아시아 증시 폭락이 6일 진정됐다.

전문가들은 주가 폭락의 방아쇠는 중국이 당겼지만 불안의 뿌리는 침체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경제라며,글로벌증시의 안정여부도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발표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경기종합보고서)과 10일 나오는 2월 고용지표 ,'서브프라임(subprime·비우량) 모기지' 부실 파문 확산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침체 우려 낳는 경제지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경기침체 발언을 뒷받침하듯 미국 경제지표는 뒷걸음질 일색이다.

그린스펀은 6일 블룸버그통신과 회견서 또 다시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언급,올해 현실화될 가능성은 3분의 1이라고 밝혔다.

작년 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당초 3.5%(연율 환산 기준)에서 2.2%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제조업 동향을 알 수 있는 1월 내구재 주문도 7.8%나 감소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2월 서비스지수도 54.3으로 전달(59.0)보다 낮아졌다.

반면 지난 1월 중 신규주택 판매실적은 93만7000채(연율 환산 기준)로 13년 만에 가장 적었다.

1월 근원(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작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은 뒷걸음질 중이고 주택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9000억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파문이 갈수록 확산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스티브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소비를 제약하며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자들의 '견조한 경기론'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은 '이상 없음'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성장률 하향조정은 예상됐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경기침체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5일 도쿄에서 오미 고지 일본 재무상과 회담을 가진 뒤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견고하며 최근 금융시장 파동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낙관론을 주장하는 것은 경기둔화가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RB는 올해 성장률을 2.5~3.0% 수준(작년 3.3%)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최근 경기를 침체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연착륙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민간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헨은 "물가압력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지표와 모기지 파문이 관건

"경기가 괜찮다"는 말이 신뢰를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지표가 나와야 한다.

지금 괜찮은 건 그래도 고용지표다.

당연히 오는 9일 발표될 2월 고용지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2월 실업률이 전달과 같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10만개(전달 11만개)가 창출됐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표가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8일 발표되는 FRB의 경기종합보고서인 베이지북도 단기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뉴욕증시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다.

전체 모기지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프라임(prime·우량) 모기지회사에 대한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유통시장에서 관련 증권을 매입했거나 모기지회사에 자금을 빌려줬던 대형 금융회사마저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이날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 주가가 68.87% 폭락하는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 주가가 하락,파문이 심상치 않음을 예고했다.

모기지 파문이 단기간 내 진정될지,갈수록 확산될지 여부가 경기불안감을 잠재울 관건임은 물론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