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인 A씨는 택시기사를 유혹해 모텔에 투숙한 뒤 강제추행과 절도 혐의로 택시기사를 고소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데다 낮에 인출한 현금까지 가져갔다고 주장한 A씨는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검 김도완 검사는 A씨가 모텔에 있을 당시 남자 친구와 휴대폰 통화를 했음을 밝혀냈다. 또 계좌추적을 통해 현금을 인출한 적이 없다는 것도 확인,A씨를 추궁했다. 발뺌을 거듭하던 A씨는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고 김 검사는 그녀를 무고혐의로 구속했다. 대검 관계자는 "무고는 수사력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에 엄벌에 처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고 위증 등 '거짓말'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처벌이 엄격해지고 있다. 구술변론 중심의 공판중심주의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사과정이나 법정에서 거짓말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이승철 판사는 경찰의 음주측정을 세 차례 거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Y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답동에서 불법 좌회전을 하다 적발된 Y씨는 수십m를 달아나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조수석으로 옮겨 앉은 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1시간가량 묵살했다.

그는 "술집에서 만난 사람이 운전했는데 나를 버려두고 달아났다"며 거짓말을 했고 법정에서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판사는 "음주측정 요구에 응했거나 법정에서라도 혐의를 인정했다면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그칠 가능성이 많았지만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피고인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해 죄질이 나쁘고 재범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서부지법도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자 다른 사람에게 차를 대신 몰았다고 위증할 것을 부탁한 이모씨와 위증을 한 서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아내를 살해한 뒤 유기한 김모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형을 20년으로 높여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시신이 발견된 뒤에도 자신의 아내임을 부인하는 등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기회를 끝까지 외면했다"고 형량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위증사범에 대해 약식기소를 지양하고 반드시 법정구속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나아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거짓말을 하면 처벌하는 제도인 '사법방해죄'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법상 법정에서 선서를 한 뒤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지만 수사 단계에서 거짓말을 한 경우엔 처벌받지 않는다. 대법원 관계자도 "거짓말에 대해 엄격한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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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위증(僞證)=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할 때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또한 형사 사건이나 징계 사건에서 피고인·피의자나 징계 혐의자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는 모해(謀害)위증의 경우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152조)

◆무고(誣告)=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15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