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6일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박 후보는 7일 열리는 우리금융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이달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우리금융 민영화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개선약정(MOU) 문제 등 우리금융의 산적한 현안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인기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이날 "오늘 오전 회추위에서 심사숙고해 전원 일치로 박 전 차관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거시경제정책 금융정책 전문가로 우리금융의 최대 이슈인 민영화와 계열사 경영관리 등 그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단독 후보로 선정된 박 후보는 임기 3년 동안 추진할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우선 "민영화의 성공적 추진과 공적 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경영권이 포함되지 않은 소수 지분의 매각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주가 수준만 보면 지금도 공적자금 회수 기반이 마련돼 있지만 제도적·국민 정서상 제약이 있고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보와 정부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가 총액 20조원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성공적인 민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는 "은행 부문에 자산과 순익의 90% 이상이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투자은행(IB)과 카드,보험 등 소비자금융 서비스를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계열사 간 통합 시너지를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이 분리된 상황에서 우리은행장의 협조를 잘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회장은 그룹 조정 및 민영화 방향 등 장기 전략과 비전을 책임 지고 행장은 은행 경영에 충실하면 회장에게 행장 선임권이 없더라도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권한은 없지만 차기 행장 선임에는 대주주로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박해춘 LG카드 사장,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등이 경쟁하고 있다.

그는 이어 "예보와의 MOU가 융통성 있게 변한 만큼 폐기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법 개정 사항은 정부와 국회의 판단에 맡기고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MOU 체결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자신이 우리금융 회장에 오른 것을 두고 '관치 금융'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고 지시하는 등의 관치 금융이라고 할 우려할 만한 현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우리은행 노조원 20여 명은 회견장 앞에서 회추위의 대국민 사과와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