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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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영국산 최고급차 벤틀리의 국내 수입 발표회를 지켜보던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자동차? 부피만 크고." 물론 농담이지만 알고 보면 그런 말도 나올 법한 것이 벤틀리의 가격은 3억∼3억5000만원. 지난해 12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팔린 박수근 유화 '노상'(13×30cm)의 값은 10억4000만원이다.
같은 날 낙찰된 이중섭의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20.3×32.8cm)은 6억3000만원. 둘 다 노트북 크기보다 작은 그림들이다. 작고 작가의 작품값만 이런 게 아니라 생존작가 이우환씨의 추상화도 2억원을 가볍게 넘긴다. 미술품은 경매회사나 화랑 어디서든 마음에 들고 가격이 맞아 구입하면 그걸로 끝이다.
자동차처럼 취득세와 재산세를 낼 일도 없고,아파트나 땅처럼 신고하고 자금 출처를 밝힐 일도 없다. 부피가 작으니 보관하기 좋고,걸어두고 감상하면 즐겁고 뿌듯한 데다 '폼'도 잡히고,값이 오른 뒤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재산등록 목록에서 적당히 빼놓을 수도 있고,증여세나 상속세를 피하는 것도 웬만큼 가능할지 모른다.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래서인가,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문화예술 수요 증가의 결과인가. 온 땅에 미술 바람이 거세다. 눈 좋은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TV드라마마다 전시회 장면이 늘어난 건 물론 전 같으면 기껏 사진액자나 놓였을 벽(집과 사무실 모두)마다 그림이 걸렸다.
르네 마그리트전(4월15일까지·서울시립미술관) 같은,전 같으면 꿈도 못꿨을 훌륭한 전시회가 열리고,은행에선 거리미술관이라는 걸 만들고,기업에선 광고에 그림을 원용한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 증폭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해도 미술 열풍은 일반의 안목을 높이고 예술감각을 키울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몇 작가에 한정된 투자 수요의 폭도 넓어질 테고,묻지마 투자도 줄어들 게 틀림없다. 다만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기기 어렵고,미술품의 가치는 시간이 흐른 뒤에 결정되는 만큼 유행에 혹하지는 말 일이다. 투자든 감상이든 제대로 하자면 자신의 취향과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같은 날 낙찰된 이중섭의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20.3×32.8cm)은 6억3000만원. 둘 다 노트북 크기보다 작은 그림들이다. 작고 작가의 작품값만 이런 게 아니라 생존작가 이우환씨의 추상화도 2억원을 가볍게 넘긴다. 미술품은 경매회사나 화랑 어디서든 마음에 들고 가격이 맞아 구입하면 그걸로 끝이다.
자동차처럼 취득세와 재산세를 낼 일도 없고,아파트나 땅처럼 신고하고 자금 출처를 밝힐 일도 없다. 부피가 작으니 보관하기 좋고,걸어두고 감상하면 즐겁고 뿌듯한 데다 '폼'도 잡히고,값이 오른 뒤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재산등록 목록에서 적당히 빼놓을 수도 있고,증여세나 상속세를 피하는 것도 웬만큼 가능할지 모른다.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래서인가,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문화예술 수요 증가의 결과인가. 온 땅에 미술 바람이 거세다. 눈 좋은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TV드라마마다 전시회 장면이 늘어난 건 물론 전 같으면 기껏 사진액자나 놓였을 벽(집과 사무실 모두)마다 그림이 걸렸다.
르네 마그리트전(4월15일까지·서울시립미술관) 같은,전 같으면 꿈도 못꿨을 훌륭한 전시회가 열리고,은행에선 거리미술관이라는 걸 만들고,기업에선 광고에 그림을 원용한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 증폭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해도 미술 열풍은 일반의 안목을 높이고 예술감각을 키울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몇 작가에 한정된 투자 수요의 폭도 넓어질 테고,묻지마 투자도 줄어들 게 틀림없다. 다만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기기 어렵고,미술품의 가치는 시간이 흐른 뒤에 결정되는 만큼 유행에 혹하지는 말 일이다. 투자든 감상이든 제대로 하자면 자신의 취향과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