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경영하라.'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빈약한 브랜드 파워로 애를 먹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의미있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의 골자는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자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브랜드 전략을 배우라는 것.

보고서는 "맨유의 자산가치 평가 금액은 1조3137억원으로 일개 축구팀이 아니라 거대 브랜드이자 일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보고서가 제시한 맨유의 성공 전략은 흥미롭다.

먼저 '탁월한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해 '골수 팬'을 확보하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유니폼 판매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뒤 이를 통한 수익 증대로 다시 뛰어난 선수를 스카우트해 팬 층을 두텁게 한다는 것.이런 전략은 비단 축구클럽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에도 통용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조언이다.

사실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경쟁력은 해외 경쟁 업체들에 비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업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그만큼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애니콜' 브랜드를 유럽 시장에 뿌리내리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렸을 정도다.

따라서 브랜드 알리기는 기업의 어떤 활동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조사한 '한국산업 브랜드파워지수(K-BPI)'에서 뽑힌 업종별 1위 브랜드들은 최근 브랜드 경쟁력 높이기에 성공한 모범사례들이다.

KMAC는 전국 1만2000여 소비자를 대상으로 국내 2192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거쳐 총 160개의 1위 브랜드를 선정했다.

롯데백화점,웅진코웨이,비씨카드,귀뚜라미,대교 눈높이,SK엔크린 등 37개 브랜드가 9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래미안,스피드메이트 등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SK,아이나비,정관장 등 8개 브랜드는 올해 처음으로 1위 브랜드 그룹에 진입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 특징은 글로벌 브랜드에 견줘 손색 없는 국내 토종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 토종 브랜드는 국내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까지 영역을 넓히며 명품으로 올라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IT 제품들.삼성전자 애니콜과 LG전자의 휘센 에어컨,트롬세탁기 등은 해외 메이저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제일모직 빈폴과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헤라 등도 각각 '폴로'와 '랑콤' 등 해외 브랜드보다 소비자들에게 선호를 받았다.

이 같은 토종 브랜드의 도약은 우리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의 두 번째 특징은 한 번 1위를 차지한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1위를 유지했다는 것.올해 조사에서 산업별 1위 브랜드가 바뀐 산업군은 8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 브랜드들은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형성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과 이익률을 동시에 높이고 있었다.

결국 브랜드 파워가 불황을 이긴 최고의 경쟁력이었다는 얘기다.

KMAC 관계자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성급한 이미지 중심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 힘들며 △산업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적기에 바꾸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지적이다.

KMAC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에 기업의 브랜드 파워는 곧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의 중요한 요소"라며 "기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에 상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모습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