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조리사된 이성욱씨 ‥ 자격증 10개 '神의 손' 내 좌우명은 '괜찮아 안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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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학을 다니다 군대에 갔다.
2003년 제대 후 복학을 앞둘 무렵,취업문은 좁아질대로 좁아져 있었다.
학교는 전북 군산에 있는 4년제 대학,전공은 평범한 산업디자인학과.취업의 문은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조리사의 길.동기생들보다 4년은 늦게 뛰어들었지만 밤낮으로 파고들어 10개의 조리사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칼만 쥐면 못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였다.
취업문은 어느새 활짝 열려있었다.
삼성에버랜드 푸드컬처(Food Culture)사업부 신입사원인 이성욱 조리사(26).
그는 지난해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굴지의 급식 업체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뒤늦게 2년제 전문대로 옮긴 나름의 승부수가 적중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방에는 고단했지만 보람으로 가득했던 청춘의 기록들로 가득차 있다.
한식조리기능사,일식조리기능사,중식조리기능사,양식조리기능사,제과기능사,제빵기능사,복어조리기능사,조주(造酒)기능사,위생사,영양사 등의 자격증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20살이던 2000년에 전북 군산에 있는 호원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죠.그런데 적성에 맞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군대나 갔다오자고 생각했죠.그런데 제대하고 나니 더 암담하더라구요."
막상 제대를 했지만 취업난은 극심했다.
주변 선배들 중에도 취직을 못해 노는 이들이 많았고 딱히 전공을 살려봤자 비전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게 집 근처에 있던 2년제 전문대학인 전북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였다.
"처음엔 전문기술이 있어야 취직이 쉬울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죠.그런데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저보다 한참 어린 애들도 대다수였고 호텔 등에서 요리경험을 쌓은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무경험도 뒤지고 나이도 많았던 그는 단기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결론이 바로 '조리사 자격증 취득'이었다.
조리사 자격증은 노력만 하면 누구나 딸 수 있다는 게 강점.한식과 양식은 연중 수시로 시험이 치러지고,중식과 일식 등도 1년에 4∼5차례는 응시 기회가 주어졌다.
가장 어려운 자격증은 복어조리 기능사로,다루기가 까다로운 생선인만큼 심사도 엄격했다.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신문 배달,전단지 배포,막노동 등을 하면서 정한 좌우명이 '괜찮아,안죽어!'입니다.
두려움없이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방학 때도 놀지 않고 실습에 실습을 거듭했어요."
당연히 요리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입학 첫해인 2004년 한식·일식·제과·제빵 조리사자격증을 딴 데 이어 2005년엔 중식·양식 조리사자격증도 딸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복어조리사와 영양사 자격증도 따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지난해,경력 10년차 조리사들이 즐비하게 지원한 에버랜드의 조리사 공채에서 그는 27명의 최종 합격자 명단에 떡하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씨는 현재 에버랜드 급식사업부에서 맡아 운영하는 서울대연구단지 학생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루 평균 준비하는 식사량은 1000명분.일반 호텔의 정식조리사에 비하면 열악한 근무여건이다.
하지만 이씨는 그래도 행복하단다.
"어려운 시기에 좋은 직장을 얻었고,또 그 속에서 내가 필요한 존재로 일하고 있다는 게 마냥 기쁠 뿐이죠.그런데 사실 대규모의 급식 업무만 하다보니 요즘 칼이 무뎌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하하)."
조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조리사란 직업은 무척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요리만 잘한다고 좋은 조리사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외국인도 많아서 어학도 잘해야 하고 컴퓨터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체력도 길러야하구요."
요리솜씨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지만 집에서는 라면 하나 끓여먹지도 않는다는 그에게 10년 후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음…,일단 지금 하고 있는 급식 분야에서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평생 음식을 만들며 살 생각이기 때문에 딱히 10년 후를 그리기는 조금 어렵네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국가에서 한 분야의 명장(名匠)에게 주는 '조리기능장'은 욕심을 내볼 생각입니다."
글=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2003년 제대 후 복학을 앞둘 무렵,취업문은 좁아질대로 좁아져 있었다.
학교는 전북 군산에 있는 4년제 대학,전공은 평범한 산업디자인학과.취업의 문은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조리사의 길.동기생들보다 4년은 늦게 뛰어들었지만 밤낮으로 파고들어 10개의 조리사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칼만 쥐면 못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였다.
취업문은 어느새 활짝 열려있었다.
삼성에버랜드 푸드컬처(Food Culture)사업부 신입사원인 이성욱 조리사(26).
그는 지난해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굴지의 급식 업체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뒤늦게 2년제 전문대로 옮긴 나름의 승부수가 적중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방에는 고단했지만 보람으로 가득했던 청춘의 기록들로 가득차 있다.
한식조리기능사,일식조리기능사,중식조리기능사,양식조리기능사,제과기능사,제빵기능사,복어조리기능사,조주(造酒)기능사,위생사,영양사 등의 자격증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20살이던 2000년에 전북 군산에 있는 호원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죠.그런데 적성에 맞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군대나 갔다오자고 생각했죠.그런데 제대하고 나니 더 암담하더라구요."
막상 제대를 했지만 취업난은 극심했다.
주변 선배들 중에도 취직을 못해 노는 이들이 많았고 딱히 전공을 살려봤자 비전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게 집 근처에 있던 2년제 전문대학인 전북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였다.
"처음엔 전문기술이 있어야 취직이 쉬울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죠.그런데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저보다 한참 어린 애들도 대다수였고 호텔 등에서 요리경험을 쌓은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무경험도 뒤지고 나이도 많았던 그는 단기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결론이 바로 '조리사 자격증 취득'이었다.
조리사 자격증은 노력만 하면 누구나 딸 수 있다는 게 강점.한식과 양식은 연중 수시로 시험이 치러지고,중식과 일식 등도 1년에 4∼5차례는 응시 기회가 주어졌다.
가장 어려운 자격증은 복어조리 기능사로,다루기가 까다로운 생선인만큼 심사도 엄격했다.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신문 배달,전단지 배포,막노동 등을 하면서 정한 좌우명이 '괜찮아,안죽어!'입니다.
두려움없이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방학 때도 놀지 않고 실습에 실습을 거듭했어요."
당연히 요리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입학 첫해인 2004년 한식·일식·제과·제빵 조리사자격증을 딴 데 이어 2005년엔 중식·양식 조리사자격증도 딸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복어조리사와 영양사 자격증도 따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지난해,경력 10년차 조리사들이 즐비하게 지원한 에버랜드의 조리사 공채에서 그는 27명의 최종 합격자 명단에 떡하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씨는 현재 에버랜드 급식사업부에서 맡아 운영하는 서울대연구단지 학생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루 평균 준비하는 식사량은 1000명분.일반 호텔의 정식조리사에 비하면 열악한 근무여건이다.
하지만 이씨는 그래도 행복하단다.
"어려운 시기에 좋은 직장을 얻었고,또 그 속에서 내가 필요한 존재로 일하고 있다는 게 마냥 기쁠 뿐이죠.그런데 사실 대규모의 급식 업무만 하다보니 요즘 칼이 무뎌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하하)."
조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조리사란 직업은 무척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요리만 잘한다고 좋은 조리사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외국인도 많아서 어학도 잘해야 하고 컴퓨터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체력도 길러야하구요."
요리솜씨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지만 집에서는 라면 하나 끓여먹지도 않는다는 그에게 10년 후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음…,일단 지금 하고 있는 급식 분야에서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평생 음식을 만들며 살 생각이기 때문에 딱히 10년 후를 그리기는 조금 어렵네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국가에서 한 분야의 명장(名匠)에게 주는 '조리기능장'은 욕심을 내볼 생각입니다."
글=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