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행정 착오와 병무청의 무성의한 대처로 의료혜택을 애타게 기다리는 무의촌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생겼습니다."

현역입영대상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일웅)는 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만을 고수한 채 국민복지를 외면하는 병무청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한의사 77명이 공중보건의가 아닌 일반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됐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2002년 병역법 개정 이후 한의사들은 지금까지 예외없이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한의사로 복무해왔다.

사건의 발단은 보건복지부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복지부가 전국 각 시도에서 한방공공보건의료사업 추진을 위해 희망한 423명의 수요 조사를 반영하지 않고 공중보건한의사 편입정원을 234명으로 확정,병무청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77명의 한의사들이 일반 현역병으로 군 생활을 하게 됐다.

복지부의 행정착오가 발단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칙론만을 앞세워 국민복지는 안중에도 없는 병무청의 무성의한 태도다. 병무청은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실수를 인정하고 96명의 추가 인원배정을 요구했으나 이를 묵살했다. 복지부가 요청한 인원을 '적법하게' 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도 병무청 담당 국장이 직접 내려와 해명하지 않고 사무관을 대신 보내는 등 시종일관 책임있는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도 공중보건치과의사들이 비슷한 일을 당했다. 당시에는 36명이 구제받았는데도 병무청은 전례를 무시한 채 '나몰라라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중보건한의사 훈련 입영 탈락은 비단 본인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직도 농촌 오지와 도서지역 등 우리 주변에는 공중보건의들이 제공하는 국가의 무료의료혜택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복지부의 행정 실수와 병무청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가뜩이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병무청의 유연한 사고방식을 기대해본다.

대전=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