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역할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산업은행에 3단계 개편안을 권고키로 했다.

당분간 산업은행을 현 상태로 유지한 뒤 2단계로 산하에 정책금융특화은행 금융투자회사 여신전문사 등을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주사 산하에 정책 기능만 남긴 채 금융투자회사와 여신전문사를 매각하는 단계별 개편안이다.

▶한경 3월5일자 A6면 참조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교수,민간 전문가,정부 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TF는 이 같은 내용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1단계로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민간 부문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회사채 인수 업무 등은 자회사로 이관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이어 2단계로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산은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지주회사 밑에는 △산업은행 기능 중 정책금융 부문을 전담하는 정책금융특화은행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기능과 대우증권을 묶은 금융투자회사 △산은캐피탈 등을 포함한 여신 전문사 등 3개 자회사를 둔다.

현 산업은행 전체 조직이 3개 분야로 분할되는 셈이다.

마지막 3단계에선 지주사 산하의 금융투자회사와 여신 전문사를 매각하게 된다.

대신 지주회사 밑에 정책금융특화은행과 함께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정책 기능을 맡고 있는 회사들을 두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과 산은캐피탈은 궁극적으로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TF는 향후 3년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여건이 갖춰졌는지 검토해 개편안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이르면 6년 안에 순수 정책 기능만을 갖는 3단계 지주사 체제가 마무리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순수 정책금융만으로는 국가 성장동력 확충과 대북 금융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데다 산업은행을 대우증권과 묶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토종 IB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 TF 권고안이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TF는 또 영역 갈등을 일으켰던 해외투자 부문과 관련해선 대외 정책금융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기득권을 인정해 주되 상업성이 있는 부분은 산업은행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교통 정리를 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 부문은 산은으로 넘기고 기업·가계에 대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영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는 처방이 내려졌다.

재정경제부는 이 방안을 바탕으로 4월 중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4월 말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TF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권고안을 제출하는 것이며 향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