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ㆍ은행 CEO 선정 일단락] 재경ㆍ산자차관들의 '화려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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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공기업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등의 최고경영자(CEO) 선정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싹쓸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전력 우리금융 하이닉스반도체 주택금융공사 등에서 정치권의 지원을 받은 인사나 민간 출신과 경합,모두 관료 출신들이 이겼다.
하지만 이들은 유관업무를 맡아보다가 공모가 진행되거나 직전에 관직을 사퇴,공직자 윤리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관료들의 한판승
국내 최대 공기업이며 자산규모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인 한국전력 사장에 이원걸 전 산자부 차관이 7일 내정됐다.
이 차관은 이달 하순께 있을 한전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행정고시 17회 출신인 이 차관은 산자부 자원정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등을 지낸 에너지 전문가로서 참여정부의 에너지자원외교를 적극 뒷받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특히 지난 총선에서 경남 남해을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부산 동아고 선배 곽진업 한전 감사와의 경합에서 승리,주목받고 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장병구 수협신용부문 대표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장 대표는 수협 구조조정에 성공,노무현 대통령의 눈에 든 인물로 알려진 인사.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은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눌렀다.
황 회장이 우리금융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까지 성사시켜 강력한 후보로 불리웠다.
유재한 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은 하이닉스반도체 내부 출신 인사들을 모두 물리치고 사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들이 주요 공기업 및 금융회사 CEO에 오른 것은 청와대가 보은인사 논란 등을 우려,특정 후보 지원에 나서지 않은 반면,힘있는 해당 부처 장관들이 적극 지원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윤리 논란은 남아
고위관료들의 CEO 낙점에 대해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퇴직 직후 직무 관련분야의 취업을 불허하는 공직자윤리 규정상 이들의 CEO 입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공직자윤리심사위원회가 이들 관료의 취업에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거나 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예외 사유에 해당돼 재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지만,일각에선 이들이 모두 불과 1~2개월 전까지 관련부처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조사 결과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6개 기관,3급 이상 퇴직 공무원 194명 가운데 업무 관련성은 있지만 취업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취업심사를 받은 건수는 22건,이 중 사후 해임조치가 이뤄진 것은 2건에 불과했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공직자윤리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의 반발도 만만찮다.
당장 박병원 회장의 취임을 앞둔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 노조가 파업에 나설 태세이며,발전노조 역시 발전 민영화나 배전 분할 등에 대한 과거 정책을 문제삼아 이원걸 전 차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