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송도와 외국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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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아파트 값이 급등한 곳으로 서울 강남권의 3개구와 과천,분당 등이 손꼽힌다.
이에 못지않게 상승폭이 컸던 곳이 인천 송도다.
2003년초 평당 6백만원 안팎에 분양됐던 아파트의 현 시세는 평당 1700만원에서 2000만원에 이른다.
전세값도 지난 2년 사이 최고 3배 뛰었다.
송도가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도 이처럼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천공항 바로 옆이라는 잇점을 살려 국제도시로 개발된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300m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세워지고 12만평 규모의 중앙공원이 조성되면 업무와 주거시설을 갖춘 자족형 신도시가 될 것이란 예상도 송도 열풍을 부르는 요인이다.
내국인의 입학이 가능한 송도국제학교가 공사중이고 명문대의 송도캠퍼스 조성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도 송도가 뜨는 이유다.
문제는 송도가 깃발만 꽂으면 분양을 보장받는 인기지역으로 부상,개발이익을 쉽게 올릴수 있게 되자 사업 초기부터 이곳에 투자한 외국합작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기류가 슬그머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측이 송도국제업무단지 독점개발권을 갖고 있는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외에 다른 사업 파트너를 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데 이어 최근 인천시의회에서는 질의 과정에서 인천시가 NSC와의 계약을 전면파기하라는 요구까지 나올 정도였다.
시계를 되돌려보자.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 인터내셔널은 포스코건설과 함께 NSC를 설립한뒤 공유수면 173만평에 대한 매립이 끝나면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2002년 3월 인천시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만해도 바닷물이 넘실대던 곳이었다.
그만큼 투자위험도 컸다.
시는 송도국제도시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녔지만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건설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NSC는 2005년 12월에 가서야 토지의 일부를 산뒤 지난해 모건스탠리로부터 3억5천만달러를 투자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놓으라한다'는 속담이 있다.
송도가 이같은 사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외국인투자자를 대하고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해서 번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05년과 2006년 연속해서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한 경제활력 회복도,일자리 창출도 더 어려워질 것임은 물론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김영주 산업자원부장관은 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직접투자 촉진시책을 이달중 내놓겠다고 8일 밝혔지만 뿌리깊은 반(反)외자 정서부터 추방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말 열린 '인천경제자유구역 발전을 위한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보잉코리아 사장)의 발언은 귀담아들을만 하다.
"송도국제도시는 누구든 규제 없이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프리존(Free Zone)'으로 개발돼야 한다.한국 사회에는 외국 기업의 이윤 창출을 '국부 유출'로 매도하는 배타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런 시각은 변화가 필요하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