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重雨 < 인제대 부총장·경영학 >

우리나라 기상청의 올해 예산이 약 1773억 원이다. 간단한 산수로 계산하면 기상정보를 얻기 위해 국민 1인당 하루에 대략 10원(예산 1773억원÷인구 4900만명=연 3612원÷365일=하루 1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런 정도의 적은 투자로 생산되는 기상정보이지만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면 국민들은 슈퍼컴퓨터도 있다는데 왜 정확한 예보를 못하냐며 원망 섞인 소리로 야단들이다. 지난 1월 하순 기상청의 폭설과 한파 예보가 빗나갔을 때도 그랬으며,이는 일기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되풀이되는 비난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앞날의 날씨는 항상 관심사가 돼왔다. 정확한 날씨예측은 불가능한 것일까? 물리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변화하는지 시원스럽게 밝혀진 게 없고 '혼돈스럽다(chaotic)'고만 말한다. 날씨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카오스' 개념이 기상예보 분야에서 처음 태동됐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날씨에 의한 재해는 하늘의 뜻으로 인식돼 왔으며,이는 곧 날씨예측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한 혼돈계 속에서도 날씨 변화의 법칙들을 수치적으로 나타내고 컴퓨터로 날씨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지만 자연을 컴퓨터상에서 똑같이 모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과학은 이를 비슷하게 모의하고 있는 수준일 따름이고,또 초기에 관측상의 작은 오차가 나중에 큰 오차로 증폭되지만 이 관측 오차를 극복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재 과학의 한계이기 때문에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정보는 항상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연이 아닌 현실 경제는 어떠한가? 경제 또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 경제환경은 급변하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기업은 무한경쟁의 불확실성 속에서 항상 혁신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시장경제는 혼잡하기만 하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기업은 불확실성을 감소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기상정보를 과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기상정보의 중요성과 다양한 경제적 활용가치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정보는 인류의 건강과 삶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의 원천과 직결돼 있다. 나아가 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손실경감을 위한 효율적인 기업경영에 필수요소로서 기업의 경영활동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 경영활동에 중요한 기상요소를 찾아내 맞춤형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상정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정밀산업의 반도체,TFT-LCD 등의 생산과정에서 절대적 청정환경의 유지를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신기술에 부합되는 기상정보 지원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기업 경영활동에 저렴한 기상정보를 활용해 미리 대비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경영효율화 달성을 이룩하고 있다. 한솔개발,STX조선소,롯데월드,고려개발,현대산업개발 등 5개 기업이 기상정보비용으로 총 3억1800만을 사용해 활용한 기상정보의 경제적 가치는 211억8200만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전자,조선,중공업,레저산업 등에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기상정보를 기업경영에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창출한 매출액 상의 이익은 3~7배로 추정되며,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영향력과 활용가치가 큰 기상정보를 더욱 더 신속,정확한 적중률로 예보하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기상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인프라(인력,장비,기술,설비,예산 등)에 대한 절대 규모의 투자를 늘려 하부구조를 확충해 사전예측 능력을 높이고 신속한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신속,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해 기상정보에 대한 국민 신뢰도와 체감 품질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기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궁극적으로 기상정보의 사회 공공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명,보건,산업적 가치를 높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