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로 이름을 떨치던 미국자동차노조(UAW)의 노동운동 노선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공장 업무의 일부 아웃소싱 등 회사측 구조조정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임금 삭감까지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UAW의 자세가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한 상황에서 더이상 높은 임금과 복지를 고집하다가는 아예 일자리 자체를 잃어 버릴 수도 있다는 자각(自覺)에서 비롯된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대부분 공장에서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하루 10시간 주4일 근무'로 전환하는 한편 주말에도 특별수당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노사협상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실제 한 전문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자동차 생산 비용은 일본 업계에 비해 한 대당 2400달러나 웃돌고 있어 비용절감이 지상(至上) 과제가 돼 있는 형편이다.

특히 이 중 1080~1335달러는 건강보험비 휴가비 같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노조원들의 양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일 노조가 회사 측의 구조조정 및 비용절감 노력을 거부한다면 미국 자동차 산업 자체가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변신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고, 그리 되면 한국차의 입지(立地)가 한층 좁아질 것 또한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 소형차의 미국시장 판매가격이 도요타 소형차 가격을 웃도는 등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영향력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는 이런 현실에는 눈을 감은 채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총파업 같은 강경투쟁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현대차 대졸 근로자들의 초임이 도요타 근로자들의 그것을 웃돌 정도로 임금수준이 높은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동차 노조는 세계적 업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의 처지를 냉정히 되돌아보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회사와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겠는지 깊이 성찰(省察)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