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경주는 꽃밭이 된다.

보문관광단지 주변은 벚꽃으로 눈이 시릴 정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춘심'(春心)을 풀어주기에 알맞다.

경주는 꽃 구경하기에 손색이 없지만 맛 여행지로는 그리 각광을 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쌈밥 한정식 순두부 등속을 파는 집이 많지만 관광지 식당 수준에 머물러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곳이 어디일까.

경주 시내에 들어선 점심 때 선택한 것은 '칼국수'.동국대 사거리 근처에 있는 '사랑채 국시집'(054-773-3050)이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위치를 알려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도로변 좁은 공간에서 시작했다 장사가 잘 돼 옆 가게를 터 확장하고 근처에 분점까지 냈다.

칼국수가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으랴 하는 마음은 이내 사라진다.

되직한 국물에 담겨진 칼국수 면이 매우 부들부들하다.

입에서는 뜨겁지만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의 느낌이 좋다.

밀가루 특유의 냄새도 없다.

한 그릇에 3500원.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며 첨성대 대릉원 경주박물관 등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숙소인 한화리조트(054-777-8900)로 이동한다.

한화리조트 내에는 최근에 지은 스파시설 '스프링돔'(www.springdome.co.kr)이 눈길을 끈다.

신라 유적지를 형상화해 만든 유수풀 온천탕 스파 테마놀이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가족끼리 한나절 개운하게 놀 수 있다.

한화리조트 뒤편으로 4km 정도 가면 천북면이 나온다.

이곳에는 유명한 '화산불고기단지'가 있다.

서울에서는 1인분에 최소 3만∼4만원을 내야 맛볼 수 있는 질 좋은 한우를 절반값인 1만5000∼1만7000원에 먹을 수 있다.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간 곳은 '옛날 경주 암소 숯불'(054-776-8300).생갈비 제비추리 살치살 등속이 뚜렷한 선홍빛과 마블링(고기의 흰 부분)이 대조를 이뤄 먹음직스럽다.

맛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양념갈비는 고기가 좋다는 이유로 바로 양념해 내온다.

하지만 양념이 잘 배지 않아 고기와 양념 맛이 따로 노는 듯해 조금 아쉽다.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 콩잎 고추된장절임 참나물 등에서는 손맛이 느껴진다.

식사로는 된장찌개와 시래기가 나온다.

시내 팔우정로타리에는 해장국집이 몰려 있다.

특이하게 묵을 넣고 끓여 '묵콩나물해장국'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장을 위해 찾았으나 요즘엔 인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보문관광단지 진입로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을 보면 기와집으로 된 식당들이 몰려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 '산해'(054-743-7791)라는 식당에서 돼지고기 석쇠구이와 김치찜을 먹는다.

문을 연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주인장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경주신라나 보문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친 골퍼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돼지고기 석쇠구이는 연탄불에 구워 내놓는다.

빨갛게 양념한 것을 구운 것이라 거무튀튀하게 탄 흔적도 있다.

2인분에 1만원이라 가격대도 괜찮다.

단 고기가 타기 때문에 1인분 추가는 안 된다.

미리 넉넉히 시키는 게 낫다.

이 곳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김치찜이다.

서울에서 유행한 '김치찜'을 응용해 만든 것이지만 서울의 김치찜 맛을 능가한다.

짜지 않으면서 개운한 맛을 내는 게 일품이다.

김치 담글 때 새우젓을 써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경주를 떠나는 길에 시내에서 유명한 '황남빵'(054-749-7000)을 산다.

황남빵은 체인점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한 곳에서만 팔고 있다.

단팥이 가득 들었지만 그리 달지 않다.

'찰보리빵'을 파는 가게는 여러 곳에 있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이 계속 손이 가게 하는 일명 '마약빵'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