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외부 충격에도 전에 없이 강한 맷집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한번 충격을 받으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으나 지금은 조정이 일어나도 곧바로 회복하는 강한 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난주 차이나쇼크 이후 국내 증시는 사흘간 급조정을 받는 듯하더니 이내 급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1주일간 낙폭은 신흥국 증시 중 가장 작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부 시각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관과 개인의 탄탄해진 수급,주가 방어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다른 신흥국 증시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 증시 안정성 부각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 증시의 내성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2006년 이후 금리 인상과 유가 급등 등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코스피지수의 평균 하락률은 2.66%로 과거 5년간 외부 충격 시 평균 하락률 7.02%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해외 증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충격 여파가 컸던 양상도 바뀌었다.

과거 5년 동안에는 외부 충격 이후 해외 주요국 증시보다 평균 3.83%포인트 더 하락했으나 최근 1년간은 0.87%포인트 더 빠지는 데 그쳤다.

지난주 차이나쇼크 이후 한국 증시의 안정성은 더욱 뚜렷했다. 차이나쇼크 발생 직후인 2월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1주일간 세계 증시의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러시아(-10.9%)와 인도(-7.01%) 일본(-6.96%) 중국(-6.24%) 브라질(-6.24%) 등 해외 주요국 증시는 모두 6% 이상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으나 한국 증시(코스피지수 기준)는 4.58% 하락에 그쳤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가장 낙폭이 작았으며,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미국(-3.35%)에 비해서만 좀 더 빠졌다.

◆과거와 달라진 수급

한국 증시 맷집이 강해진 것은 무엇보다 수급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일등공신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7일까지 상장사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무려 2조2552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 들어 수급을 주도한 외국인의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3596억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8일에도 기업들은 1236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며 기관과 함께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외국인이나 기관의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경우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물량을 흡수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지수 고점에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들어가면 국내 투자자들도 팔기 바빴으나,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실제 지난달 27일 이후 외국인이 연일 대규모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 급락을 초래하자 개인들은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섰고,기관도 펀드 자금 유입을 기반으로 매수에 가담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중국이나 인도 등 많이 올랐던 국가들의 경우 과열 우려까지 겹쳐 최근 낙폭이 컸지만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못 오른 데 따른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충격을 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종태/정현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