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 내륙에 위치한 라오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에 불과한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실제 수도 비엔티엔의 거친 도로와 낡은 건물들은 1960년대 한국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또 현실에 만족하는 국민성 탓에 경쟁이나 개방을 통한 성장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도로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철도 부설 구간은 7km에 불과하며 공산주의 체제로 인한 관료주의도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방인에게 라오스는 불모지로 비쳐진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가진 비즈니스맨들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코라오 그룹을 만들어 연 1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을 만든 오세영 회장은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성공을 일군 대표적 인물이다.

라오스 거리에는 낡은 일본 중고차와 오토바이가 넘쳐났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풍경에서 낙후한 경제 상황을 연상했지만 오 회장은 거대한 잠재 시장을 포착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 중고차를 어렵게 개조하는 것보다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한국 중고차를 수입하면 개조 비용이 들지 않아 싼 값에 제품을 팔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감하게 행동에 옮긴 그는 한국산 중고차를 수입해 라오스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인 사업가들은 또 라오스의 황량한 도심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호텔을 세우고 주택과 관광시설 등을 건설하고 있다.

K건설에서 근무하다 라오스에 건너와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다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라오스 인구는 590만명에 불과하지만 국토는 남북한 면적의 1.1배나 된다"며 "어떤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에서 발휘된 한국인의 기업가 정신은 신성장 동력의 부재로 고민하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준다. 낙후된 국가에 기업가 정신과 자본 및 노하우 등을 제공,함께 성장하며 과실을 나누는 동반 성장 모델이 그것이다. 광활한 미개척 시장은 성장 정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비엔티엔=김남국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