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조건부 개헌유보' 카드로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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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개헌안 시안 공개와 함께 개헌안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정치적 카드를 던졌다.
노 대통령이 조건부이긴 하지만 개헌안 발의 자체를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은 지난 1월9일 개헌안 제안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론몰이 나선 노 대통령
일단 이날 제안의 1차적 목적은 이미 가라앉은 개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 당은 물론 대선 예비주자들에게도 개헌에 대한 입장을 요구함으로써 이날 공개한 개헌안 시안을 띄우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은 "가급적 제 임기 안에 개헌을 하고,아니더라도 토론의 과정을 거쳐 개헌안을 살려놓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헌 논의를 살릴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물론 이날 제안은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다.
발의 유보 조건으로 내건 '당론 확정'과 '대선 후보들의 임기단축 공약'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은 한나라당이 유일하다.
노 대통령은 "유력한 후보라고 추정되는 예비 대선 주자가 참여하고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이 당론으로 표현하면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발의 유보 카드가 오랜동안 유효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했다.
노 대통령은 "관련 정당이나 당사자들이 반응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달 중 가부간에 판단이 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제안의 목적이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희박한 상황에서 부결에 따른 노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개헌을 제안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냉담한 여론이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개헌 정국에서 안전하게 물러서기 위한 정치적 안전판으로 한나라당이 받지 못할 카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 자체를 가지고 (정치적) 퇴로를 모색할 이유가 없다"면서 "발의가 목적이라면 (유보 조건을 내걸지 않고) 거침 없이 발의하면 그만"이라며 이 같은 시각을 일축했다.
◆한나라 "자체 공약 내겠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다른 당과 대선 후보에게까지 개헌에 관한 주장을 강요하는데,독선이요 자가당착"이라며 "개헌안을 조건 없이 철회하라"고 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와 4년 연임제 등의 문제를 논의해 공약으로 제시하고,다음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을 완료토록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선 주자들은 개헌 문제는 대통령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들도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하고,차기 정부에서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약 후 차기 정부 개헌은) 그동안 주장해 왔던 바이기에 내가 그런 입장(당 대선 후보)이 된다면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한선교 대변인은 "개헌 추진은 대선 주자들이 국민과 해야 할 약속이지,현 대통령과 약속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내가) 당의 후보가 되면 개헌 공약을 제안하게 될 것"이라며 "권력 구조뿐 아니라 인권,남녀 평등 등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내용들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노무현식 오기 정치'의 전형"이라며 "차기 대통령과 국민 간에 합의해야 할 내용에 대해 현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홍영식/이심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