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의 경험을 사무실로…’ 전략 주효

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2시.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네, 스타벅스 소공점입니다. 커피 케이터링이요? 아, 예. 30잔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전담 파트너(직원)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커피와 케이크, 냅킨 등 케이터링 서비스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피 케이터링의 기본 콘셉트는 찾아가는 서비스다. 기존의 커피 판매가 찾아오는 고객을 기다리는 서비스였다면 케이터링은 매장 자체가 고객을 따라 이동하는 개념이다. 스타벅스의 케이터링은 매장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대부분 포함한다.
마케팅 콘셉트는 일단 아이디어가 설정되면 세 가지 기본 요소를 고려해 구체화된다. 기본 요소는 통상 △타깃 콘셉트의 선정 △고객이 구매해야 하는 이유 △최종 편익 또는 혜택 등 세 가지. 이들이 상호 연계해 최종 콘셉트를 완성한다. 이 틀에 맞춰 들여다보면, 커피 케이터링은 매장에 직접 나올 수 없는 고객이 회의나 세미나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매개체인 커피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즐길 수 있게하는 서비스다.
커피 케이터링의 타깃은 중소규모의 모임이다. 호텔이나 식·음료 케이터링 전문업체들이 대상으로 하는 수백만 원대의 연회 케이터링 시장 대신 십여만 원의 비용으로 수십 명이 만족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케이터링은 매우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시음행사인 샘플링을 한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편안함을 얻는다. 그래서 한 번 구매했던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반면에 새것에 도전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음행사를 통해 신제품에 대한 경험을 유도하는 샘플링은 매우 효과적이다.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케이터링은 변화하는 직장 문화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기업의 회의 문화가 딱딱하고 격식을 갖추는 데서 탈피해 편안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편안한 분위기는 회의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탄생의 배경

스타벅스는 어떻게 하면 샘플링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파트너라고 불리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펌프킨 라테'를 출시했을 땐 호박 모양의 배지와 모자를 준비해 직원들이 직접 사용했다. 또 새로운 제품을 시음하는 고객의 명함을 추첨해 깜짝 행사를 해주는 방안이 고안됐다. '서프라이즈 앤 딜라이트'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추첨에서 뽑힌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사무실을 방문해 무료 시음행사를 여는 것이었다.
'서프라이즈 앤 딜라이트'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기대수준을 훨씬 넘었다. 방문 샘플링을 다시 한 번 더 해줄 수 없느냐는 요구가 잇따랐다. 사무실에서 향기 좋은 커피 한 잔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예상보다 더 큰 것이었다. 한편, 매장 곳곳에서 인근 회사의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케이터링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해지는 상황이었다.
한때 스타벅스는 과연 직원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갈 필요까지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미국 '스타벅스 투 고(Starbucks to Go)' 서비스의 경우 사무실에서 커피가 필요할 경우 미리 예약을 한 뒤 고객이 직접 매장에 와서 가져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케이터링을 해보니 의외로 수요가 많은 것으로 감지됐다.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 직장인들은 수시로 매장을 찾아올 여유가 없다. 그래서 케이터링은 더욱 빛을 발한다.
커피 케이터링은 또 변화하는 직장 문화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기업의 회의 문화가 딱딱하고 격식을 갖추는 데서 탈피해 편안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편안한 분위기는 회의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또 똑같은 컵에 똑같은 종류의 음료를 나눠 마시는 행동을 통해 직장 상사들이 부하직원들과의 벽을 허무는 데도 기여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직원들에게 창의적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일체감을 확립해 사기 진작 효과까지 가져왔다. 특히 술 문화, 회식문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커피를 함께 나누는 경험은 팀워크를 다지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 밖에 고객들의 입맛이 고급화하면서 자판기 커피보다는 향이 좋은 커피를 찾게 된 것도 커피 케이터링의 필요성을 더욱 가중시켰다. 커피 케이터링의 탄생은 언뜻 우연한 것처럼 보인다. 고객의 주문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고객 구매행동을 빠르게 파악해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감성과 체험 마케팅

스타벅스는 자주 감성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하워드 슐츠 회장이 "우리는 단순히 커피라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것이고,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스타벅스가 고객의 감성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커피 케이터링은 이 같은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 개념에 한 가지 개념을 더 했다. 바로 체험 마케팅이다. 체험 마케팅은 고객의 경험을 통한 마케팅이다. 만족스러운 경험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고객유인 수단이 된다. 재구매율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재구매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브랜드 로열티의 증가를 의미한다. 소위 ‘골수 팬’을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커피 케이터링은 이러한 면에서 안성맞춤인 마케팅 기법이다. 케이터링 주문을 한 고객은 이미 스타벅스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고객인 단골손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고객과 함께 회의나 세미나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따라서 케이터링은 커피를 들고 찾아감으로써 매장에 오지 않는 새로운 고객들에게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상품과 인연을 맺도록 해준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경험을 '스타벅스 익스피리언스'라고 부른다. 제품, 서비스, 분위기, 파트너, 머그잔, 매장 인테리어 등 스타벅스의 모든 것에 친숙하게 되는 과정이다. 실제로 도심공항터미널점의 경우, 항상 '카페 모카'만을 마시던 고객이 시음회 때 '바닐라 라떼'를 처음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그 이후로는 '바닐라 라떼'의 팬이 됐다는 사연이 접수되기도 했다.
커피 판매에서 고객의 입맛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반복해서 먹기 어려운 다른 음식과는 달리 커피는 하루에 몇 잔이라도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스타벅스 매출의 80%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 의해 발생한다.

전략의 실행 및 결과

다방면에 걸친 검토를 거쳐 케이터링 서비스를 도입키로 결정하자 본격적인 실행작업에 들어갔다. 팸플릿을 만들고 커피를 나르는 장비도 도입했다. 기본형 용기인 '커피 튜브'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들여왔다. 튜브엔 보통 커피 15잔 정도가 들어간다. 케이터링 건수의 80%는 튜브를 이용한다. 전시회나 대형 세미나 등 대규모 행사에는 디스펜서가 사용된다. 보온기능을 갖췄고 30잔들이와 60잔들이 두 종류다. 이 밖에 대규모 행사를 위한 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케이터링 전용 차량을 운용하기도 했다.
메뉴도 다양화했다. "혹시 케이크도 같이 가져다 줄 수 있어요?"라는 반복적인 요구를 반영해 각종 페이스트리, 쿠키, 케이크 등을 기본 메뉴로 넣었다. 커피를 마실 때 케이크나 쿠키를 찾는 것은 커피가 식욕을 돋우기 때문. 그래서 메뉴에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케이크를 골라 넣었다. 메뉴의 준비가 끝난 뒤에는 사후관리에 대한 방안도 마련됐다. 케이터링 담당자는 서비스가 끝나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반응을 점검했다. 모니터링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개선 노력이 이어졌다.
케이터링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고객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인 2005년 3월만 해도 주요 이용대상은 외국계 회사나 수출업체 정도였다. 외국의 문화에 자주 노출됐던 고객층이 주를 이뤘던 셈이다. 그러나 소문이 나면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이용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5년 4200건에 불과했던 이용실적이 1년 뒤인 2006년에는 8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회의나 세미나에 케이터링 서비스로 제공된 커피는 무려 12만 잔이 넘었다.
또 케이터링 서비스로 인해 스타벅스에 더욱 가까워진 고객들은 매장을 더욱 자주 찾았다. 2006년에는 2005년보다 30%가 많은 매출고를 올렸다. 커피 케이터링은 부산 등 지방도시에서 더욱 사랑 받고 있다. 매장이 조밀하게 분포된 서울 도심보다 스타벅스 매장을 찾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와 고객감동

커피 케이터링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우선 샘플링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서비스이다 보니 초창기 준비가 미흡했다. 스타벅스라는 국제적인 브랜드를 감안해 호텔 수준의 케이터링을 기대하던 고객들은 실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반대로 다방의 커피 배달 정도로 생각하고 2~3잔을 주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서비스의 개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고객의 기대치가 일정치 않은 탓이었다.
스타벅스는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주문을 줄이기 위해 사전 예약제와 가격 하한선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매뉴얼을 작성, 서비스를 체계화했다. 대량 주문 시에도 매장에서와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또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자 매장별로 케이터링 전담 직원을 임명했다. 케이터링 전담 직원은 행사의 성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커피에 대한 자문을 하기도 한다.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장 가까운 매장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를 실시했다. 금방 만든 커피의 맛을 전할 수 있고 이동시간을 줄이는 장점을 살리는 효과를 봤다. 이처럼 한 단계씩 커피 케이터링이 제자리를 잡아가면서 고객 감동 사례도 이어졌다.
부산시 외곽의 한 신발업체는 미국 바이어와 미팅 때 스타벅스의 커피 케이터링를 이용해 상담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케이터링이 자리잡는 데는 실적이 좋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큰 몫을 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월 1회 우수 케이터링 사례를 만든 직원에게 '머그 상'을 수여했다. 또 1주일에 1건씩 모범 사례를 발굴해 각 매장에 이를 보내고 전 직원이 숙지토록 했다. 좋은 서비스를 내부에 전파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장유택 편집장 changyt@hankyung.com

--------------------------------------------------------------------

스타벅스의 커피 케이터링 매뉴얼

① 담당자를 매장당 두 명씩 선정해 주문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이임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을 높인다. 이는 처리 단계의 최소화와 시간단축으로 이어진다.
② 고객주문 시 응대과정으로는 손님이 원하는 케이터링 스타일을 확인해 행사에 맞는 음료에 대한 조언을 한다. 또 견적서를 신속히 제공하고 연락처 장소 시간 등 세부사항도 철저히 확인한다.
③ 케이터링 준비물 리스트를 작성해 담당자가 없어도 준비가 가능하게 항상 구비해 놓는다. 또 대량 음료 제조에 관한 레시피를 구비하고 숙지한다.
④ 케이터링 장소에는 15분 전에 도착하고 주문자 에게 제시간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 안심을 시킨다. 서비스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명함을 건네고 고객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스타벅스 TIP!

◆ 케이터링 이용법:스타벅스의 케이터링 서비스는 전국 189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브로셔에 있는 품목을 골 라 주문한다. 시간 예약도 가능하다. 다만 주문가격 합계가 10만 원 이상이어야 한 다.
◆ 커피대사:스타벅스에는 커피대사라는 직함이 있다. 커피대사는 스타벅스 직원 중 최고의 커피 전문가에게 주는 칭호. 전국 189개 매장의 커피 마스터 중 지역 커피마스 터를 뽑고 이들 중 1년에 한 번 시험을 거쳐 단 1명만 선 발한다. 시험은 필기, 블라인드 테스트, 퀴즈, 프레젠테이션 등을 포함한다. 일단 커피대사가 되면 인사과로 자리를 옮긴다. 직원들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커피와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교육한다.
커피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직원교육은 물론, 호텔이나 백화점 주부교실 등 외부강의에도 나선다. 또 매년 시애틀 본사에서 열리는 전 세계 커피대사 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도 갖는다. 현재의 커피대사는 김수정 씨.


[똑똑한 상품·현명한 소비자의 경제지 - 프로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