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경찰관이 흑인 여성을 마구 구타하는 현장이 TV 화면으로 공개돼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피해 여성인 토니 코머(20)는 자신을 폭행한 경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경찰 감독기관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공정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신문이 8일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불씨를 제공한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사건은 작년 7월 코머가 셰필드의 한 나이트클럽 근처에서 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CCTV에 잡힌 영상에서 코머는 여러 명 경관들에 둘러싸인 채 한 경찰에게 계속 구타 당하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문제의 경찰은 코머를 향해 다섯 차례 연속 주먹을 휘두르며 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중에 코머는 무릎까지 바지가 내려온 채 질질 끌려서 경찰차에 실렸다.

코머는 당시 나이트클럽 주차장의 차를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물할이라고 불리는 경관은 코머가 수갑을 채우지 못하도록 심하게 반항을 해서 이를 제압하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코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코머가 자신을 향해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하고, 물어뜯으려 했다며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세게 주먹으로 때렸고, 별 효과가 없어 여러 번 때렸다"고 주장했다.

7일 셰필드 치안판사법원에 출두한 코머는 나이트클럽에서 브랜디를 마시다 쫓겨난 뒤 자신이 공격적이 됐다며 차량 파손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코머는 자신이 간질을 앓고 있으며, 당시 발작이 일어나 폭력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코머는 "그들이 도대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경찰의 구타로 목 뒤, 팔, 머리 옆 등 여기 저기 멍이 들고 살이 찢겼다며 별도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파손 행위를 시인한 코머는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석방과 함께 차 주인에게 250파운드를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인 리버티의 샤미 차크라바르티는 "속을 뒤집는 메스꺼운 영상들"이라며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