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종 대표주인 한솔제지에는 2006년이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펄프 가격이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자회사 부실 등으로 대규모 순적자를 냈다. 주가도 진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 들어 한솔제지를 괴롭혔던 악재들이 하나 둘씩 해소되고 있다며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밝게 보고 있다. 최근 들어 기관들의 집중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솔제지의 투자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다. 황정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펄프 가격 추이 등을 감안할 때 1분기를 바닥으로 실적이 급속히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작년 4분기 펄프 가격이 실적에 반영될 1분기는 저조하겠지만 2분기부터 본격적인 원가 하락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 부실을 말끔히 털어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 발생을 무릅쓰고 자회사 관련 잠재 부실을 모두 실적에 반영했다. 우선 주력 자회사인 한솔홈데코에 대해선 작년 3분기까지 380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상각했으며 호주 조림지에 대한 추가 상각(135억원)도 단행했다. 또 홍콩 자회사인 SCP사의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157억원의 평가 손실,백판지 청주공장 폐쇄로 인한 80억원 손실 등도 모두 실적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한솔제지는 지난해 연간 경상 부문에서 583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게 순손실 확대로 나타났다.

김미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잠재적 부실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 처리로 그동안 제기돼 왔던 투자 자산의 불투명성 의혹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솔홈데코의 영업 흐름도 작년 4분기 말부터 호전되고 있어 올해부터는 한솔제지 지분법 이익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분 구조가 취약한 점도 오히려 주가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이 회사는 한솔그룹측 최대주주 지분율이 17.11%로 낮다. 물론 국민연금이 11.28%를 갖고 있어 향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경우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 황정하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