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 나왔다.

한국의 명품 열풍은 가짜부자와 신흥부자가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한국인의 명품 소비 행동 분석 보고서 '럭셔리 코리아'(김난도 지음,미래의창)가 그 책이다.

저자는 명품 소비행위는 일부 신흥부자와 가짜부자들의 다양한 감정의 산물이라고 본다.

남에게 자랑하거나 뽐내기 위한 과시형과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시기하는 질시형,사치품은 '다른 나'로 보이게 할 것이라는 환상형,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추종하는 동조형으로 구분한다.

다양한 감정은 독특한 마음의 버릇을 만들어내고,이것은 명품 소비를 통해 드러난다.

저자는 12명의 명품 소비자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도 했다.

적어도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명품 소비행동을 단순한 물품 구매에서 개인의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행위로 신분상승을 하게 했다.

'럭셔리 코리아'는 명품 소비가 본격적인 인간 탐구의 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자신이 가진 삶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상징물로 명품이 한국 사회에서 번듯한 위치를 차지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명품 소비의 개인적 의미뿐 아니라 사회적 상징성을 파고들어간다.

한국사회의 명품열풍은 차별화되려는 부유층과 흉내 내려는 중산층의 순환적 소비과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계층'에 민감한 한국인들,특히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 맹목적으로 상류층의 일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남들이 하니까 왕따 당하기 싫어 집단주의에 의탁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명품의 주된 소비자들이다.

체면의 손상이나 무시,자기애의 상실에 의한 초라함,따돌림과 뒤처짐 등의 불안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가 바로 명품이다.

결국 서로 다른 사회계층의 존재,그들 간의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명품 소비 열풍을 더욱 부풀린다는 주장이다.

물론 좀 더 잘 살려고 하고 더 멋진 삶을 누려보려는 중산층이 바로 이 열풍의 희생자들이다.

"나는 쇼핑한다,고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로 소비사회의 우리 삶을 정리한 저자의 표현은 즐겁다.

사치품 마케팅에 숨어 있는 현대적 신화창조 과정을 읽어낸 노력도 돋보인다.

이런 저자의 생각들이 그냥 "사치에서 삶으로,행복한 삶이 명품이다"라는 익숙한 결론으로 정리된 것은 한편 아쉽다.

명품 소비를 사치의 하나로,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 같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더 부유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열망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현실에서 진짜 부자가 될 수 없을 때 인간은 이 꿈을 다른 방식으로 추구한다.

그렇기에 럭셔리 코리아는 계속될 것 같다.

264쪽,1만1000원.

황상민 연세대 교수 swh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