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츠(pleats)'라고 불리는 이 독창적인 주름옷은 일본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2002년 9월 제일모직이 국내에 들여 온 여성복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는 지난해 수도권 10개 매장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신흥 명품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미야케를 필두로 일본계 디자이너가 '뉴 럭셔리'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육성한 덕분이다.
'명품' 하면 '메이드 인 프랑스'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젠 그런 고정관념을 깨야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콤 데 가르송'을 설립한 레이 가와쿠보,요지 야마모토 등이 미야케와 함께 대표적인 일본계 명품 디자이너로 꼽힌다.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이세이 미야케는 미국 점령기 태평양을 건너 온 미국의 패션 잡지나 유명인들의 사진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일본 다라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파리 유학길에 올라 패션 공부를 마치고 '기 라로시'와 '지방시' 등에서 디자이너를 도왔다.
일본 정부는 미야케가 돈 걱정없이 파리 컬렉션에 꾸준히 작품을 낼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컬렉션 무대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힌 미야케는 1970년 도쿄로 돌아와 '이세이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한국의 미야케 마니아는 대부분 나이 지긋한 여교수,여성 공직자,미술관장 등으로 알려져 있다.
40~50대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플리츠(주름 원단)에서 찾을 수 있다.
대개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어지게 마련인 미야케의 주름옷은 평범한 브랜드 제품에선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이면서도 관리가 편하다.
드라이클리닝이 필요없고,가방이나 옷장에 대강 구겨 넣었다가 꺼내 입어도 별도의 다림질없이 다시 입을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해외여행이 잦은 서울 강남의 40~50대 부유층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잘만 접으면 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여행 가방에 여러 벌 넣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관계자는 "펑퍼짐한 몸매를 커버해주기 때문에 20~30대 여성들에겐 임부복으로 팔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