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대화명을 보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사업이 잘되는지 안되는지,사랑 전선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화명의 유형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마케팅형'이다.

'총각딱지떼기 D-10'.회사원 최부승씨(31)는 요즘 이런 식의 대화명으로 200명이 넘는 대화상대에게 강제(?)로 결혼식 날짜를 알린다.

날짜를 몰라 결혼식에 가보지 못했다고 발뺌할 수 없게 만든다.

일일이 전화를 걸면 돈이 들지만 대화명으로 광고하면 완전 공짜다.

'맹세형' 대화명도 있다.

중견기업 홍보부장인 김태경씨(44)는 한 달 전에 대화명을 '폭탄주 그만~'으로 바꿨다.

자신에 대한 맹세이자 폭탄주 주지 말라는 협박(?)이다.

은근히 심리 상태를 표시하는 '기분표시형'도 있다.

인터넷 업체 간부인 이경수씨(37)는 대화명을 통해 부하 직원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한다.

언젠가는 '忍'이란 한자를 날마다 하나씩 늘려가는 직원이 있어 퇴근 길에 맥주집에서 상담을 했다.

동료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 중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기형' 대화명도 재미있다.

지난해 첫애를 낳은 직장인 임기훈씨(30)는 대화명에 아이 사진이 올려진 미니홈피 주소를 써놓았다.

이것도 모자라 '아빠라고 말했다','걷기 시작했다','처음 감기에 걸렸다' 등 육아일기를 쓴다.

게임업체 직원인 이영미씨(29)는 "출근 직후 메신저 대화명을 쭉 훑어보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며 "대화명만 잘 활용해도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