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선·후발 업체의 거센 견제와 추격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현대차를 구하고 글로벌 리더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내실 및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우선 "향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선진업체의 견제와 후발업체의 추격으로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며 현대차가 처한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이에 그동안 추진해 온 양적 팽창을 넘어 고객우선 경영과 글로벌 경영 안정화에 주력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특히 "올해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원년으로 삼아 안으로는 경영의 내실을 기하고 밖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수익성이 뛰어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차는 사내에 '이사회외(外)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윤리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설치돼 이사회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조만간 사외이사 5명과 경영진 1명,외부 인사(자문역) 2명 등 총 8명을 윤리위원으로 선임,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불공정 행위 등을 엄격하게 감시토록 할 예정이다.

주총에서는 또 김동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최재국 사장(국내외 영업담당)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상습적으로 파업을 일삼는 현대차 노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주주는 "현대차는 노조에 끌려다닌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져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사 분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동진 부회장은 "노사분규 없는 사업장,그게 가장 큰 희망이자 목표"라고 답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