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실 때 가장 어리석은 일은 비싼 값만 보고 와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생각해 보세요.

'페라리'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비싸지 않은 와인 중에서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최근 15번째로 한국을 찾은 로베르 베나 빈 엑스포(프랑스 국제 와인·주류 전시회) 조직위원장(58·사진).그는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와인 열풍에 대해 지나치게 가격이나 격식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마디로 꼬집었다.

정작 와인 본고장인 유럽 사람들은 '즐겁게 마시면 그만'이란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빈 엑스포의 아시아·태평양 전시회를 위해 홍콩과 일본 등을 수없이 드나든 '아시아통(通)'이다.

베나씨는 같은 맥락에서 최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와인펀드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유럽에도 가끔 와인펀드가 등장하긴 했지만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인들은 '와인=돈'이라는 등식을 이해하지 못해요.

당연히 유망한 투자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그는 또 한편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와인 콤플렉스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여성들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와인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덜하거든요.

저도 한국의 50대 남성들이 와인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하지만 아내가 사오면 마시지 않고 배기겠어요?"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빈 엑스포는 오는 6월17∼21일 프랑스 보르도의 '클럽 뒤 락'에서 열린다.

빈 엑스포는 52개국 2400여개의 주류 회사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주류 전시회로,1997년부터는 격년제로 아시아 혹은 아메리카 국가로 장소를 옮겨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선 홍콩(1998년),도쿄(2000년,2002년)에서 세 차례 열렸다.

내년의 15회 행사도 홍콩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개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와인 시장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이 더 성장해야 서울에서도 빈 엑스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