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펀드 수익률이 소형펀드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정액 1조원 이상의 초대형펀드들의 수익률이 돋보이고 있다.

이는 펀드 규모가 너무 커지면 운용상 어려움이 가중돼 수익률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결과다.

하지만 대형펀드는 수익률 변동폭도 커 적절한 펀드 규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조원 넘는 펀드가 수익률 최고


9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지난 5일 기준 평균 8.55%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 4.82%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펀드는 '한국 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A''미래에셋 3억만들기 좋은기업주식K-1''미래에셋 3억만들기 솔로몬주식1(C-A)''미래에셋 3억만들기 인디펜던스주식K-1''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등 5개다.

반대로 1000억원 미만 소형펀드들은 부진했다.

설정액 500억~1000억원짜리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52%에 머물고 있다.

100억~500억원 펀드도 4.81%로 평균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펀드 규모가 커지면 장세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져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통념과 다른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운용사인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는 고수익에 힘입어 한때 1000억달러(약 85조원)까지 규모가 불었지만 펀드가 커진 이후 운용상 어려움 때문에 최근 4~5년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에 훨씬 못 미쳐 환매 요청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도 "한국 증시 규모에선 1조원을 넘어서면 장세 대응력이 떨어지고 마땅한 투자종목을 찾기가 어려워져 펀드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임창규 삼성운용 주식운용팀장은 "5000억원을 넘어서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8000억~9000억원이면 운용상 어려움이 매우 커진다"고 주장했다.

◆대형펀드일수록 변동성도 커



한국증시에서 이처럼 대형펀드 수익률이 돋보이는 것은 증시 규모가 작아 큰 펀드가 매수할 경우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조원 이상의 대형펀드 4개를 운용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부사장은 "펀드규모가 크다 보니 상장사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정확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점이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펀드들은 높은 수익률과 함께 변동성도 소형펀드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임창규 팀장은 "대형펀드가 매수하면 해당주식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반대로 팔고 나올 때 주가가 크게 밀리는 부작용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실제 1조원 이상 초대형펀드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이 8.55%로 최고지만 6개월 수익률은 2.55%로 가장 낮았다.

임 팀장은 "여러 가지 운용상 제약 때문에 펀드규모가 5000억원을 넘을 경우 새 펀드로 투자수요를 분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판매사의 한 관계자도 "펀드가 너무 커지면 판매사나 운용사 모두에 부담이 돼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판매를 자제한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