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힘' 빌려 제도개혁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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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국내 제도를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양국이 9일 경쟁 분야에서 동의명령제를 도입키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요구로 개혁이 검토되고 있는 규제나 제도로는 △자동차 세제 개편 △입법예고 연장 △국책은행 특혜 폐지 등이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는 국내 이해단체나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 때문에 개혁하지 못했던 규제나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FTA는 국내 개혁의 단초?
공정거래법은 위법 판단이 어렵고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당국과 기업 모두에 부담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재경부와 공정위가 동의명령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무산됐다.
법무부와 일부 시민단체 등이 "기업이 탈법 행위를 해도 공정위와 합의만 잘 하면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의명령제는 미국 유럽(EU) 등에서 이미 도입한 제도다.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동의명령제 도입으로 기업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세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에는 현재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지하철공채 등 12가지 세금 또는 공과금이 부과된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진작부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으나 정부는 '대체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미국이 FTA 협상에서 세제 개편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는 특소세 및 자동차세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서비스 분과는 개혁 실패
반면 교육 의료 법률 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일찌감치 한국의 교육·의료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고 양국은 서비스에서 통신사업자 지분 제한,방송·통신 개방 문제 등을 빼고는 대부분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법률 회계 등을 예로 들며 "미국과의 동조화를 통해 국내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들 욕심이었지만 우리가 협상을 너무 잘해 안 열어 주고,미국도 애를 별로 안 써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이 요구 중인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대한 특혜 폐지 △우체국보험 농협공제에 대한 금융 감독 등은 정부가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책 은행이 정부 보증으로 조달한 재원으로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지적에는 국내 민간 은행들이 동감하고 있다.
경제 관료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되는 한 국책은행 개혁은 불가능하므로 이번에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지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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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동의명령제=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법 위반 행위로 인한 소비자피해 구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할 경우 제재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발되면 공정위가 조사하고 심사관이 보고서를 작성해 전원회의에 올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는데,이런 절차를 생략해 기업 부담을 덜고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을 주자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양국이 9일 경쟁 분야에서 동의명령제를 도입키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요구로 개혁이 검토되고 있는 규제나 제도로는 △자동차 세제 개편 △입법예고 연장 △국책은행 특혜 폐지 등이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는 국내 이해단체나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 때문에 개혁하지 못했던 규제나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FTA는 국내 개혁의 단초?
공정거래법은 위법 판단이 어렵고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당국과 기업 모두에 부담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재경부와 공정위가 동의명령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무산됐다.
법무부와 일부 시민단체 등이 "기업이 탈법 행위를 해도 공정위와 합의만 잘 하면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의명령제는 미국 유럽(EU) 등에서 이미 도입한 제도다.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동의명령제 도입으로 기업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세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에는 현재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지하철공채 등 12가지 세금 또는 공과금이 부과된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진작부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으나 정부는 '대체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미국이 FTA 협상에서 세제 개편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는 특소세 및 자동차세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서비스 분과는 개혁 실패
반면 교육 의료 법률 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일찌감치 한국의 교육·의료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고 양국은 서비스에서 통신사업자 지분 제한,방송·통신 개방 문제 등을 빼고는 대부분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법률 회계 등을 예로 들며 "미국과의 동조화를 통해 국내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들 욕심이었지만 우리가 협상을 너무 잘해 안 열어 주고,미국도 애를 별로 안 써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이 요구 중인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대한 특혜 폐지 △우체국보험 농협공제에 대한 금융 감독 등은 정부가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책 은행이 정부 보증으로 조달한 재원으로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지적에는 국내 민간 은행들이 동감하고 있다.
경제 관료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되는 한 국책은행 개혁은 불가능하므로 이번에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지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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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동의명령제=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법 위반 행위로 인한 소비자피해 구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할 경우 제재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발되면 공정위가 조사하고 심사관이 보고서를 작성해 전원회의에 올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는데,이런 절차를 생략해 기업 부담을 덜고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을 주자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