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禮善 < 타이드차이나 대표 wyeth@opentide.com.cn >

중국의 백화점이나 일반 가게에서도 명절 때나 기타 판매 촉진을 위해 바겐세일을 한다.

한국 등 일반 국가에서는 바겐세일을 20% DC 혹은 25% 바겐세일 등이라고 표시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지만 중국의 바겐세일은 8절(切) 혹은 7.5절 등으로 표시한다.

내용이야 대동 소이한 것이지만 깔려있는 생각은 반대다.

우리는 20% DC라고 하면 원 판매가에서 20%를 깎아 준다는 의미이고 사는 사람도 정상 가격 대비 20% 싸게 산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싸다는 느낌을 갖고 물건을 구매하는데,중국인들은 반대다.

원 판매가의 8절,즉 8할이 파는 사람이 가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10만원짜리 물건을 8절에 팔지만 8만원이 내 것이고 나머지는 정상가 대비 손해본다는 개념이다.

구매자의 관점보다는 판매자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

일단 내 것을 챙기고 보자는 사고(思考)의 발상이다.

한국 식당의 경우 단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한 영업 전략 중 하나가 '사장님 서비스'다.

식당에서 이것 저것 주문하면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아니면 단골 손님을 더 유지하기 위해 '사장님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공짜 음식을 준다.

한식당의 경우 파전 하나든지 낙지 볶음 한 접시든지 손님 상에 필요할 만한,아니면 주방에서 원가 부담이 크지 않은 품목으로 생색내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중국 식당에서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단골 손님이라도,식당 주인을 잘 아는 사이라도 공짜로 주는 것은 없다.

어떤 음식이든 일단은 모두 주문해야 한다.

저래서 어찌 단골을 확보할 수가 있을까,이래서야 또다시 오겠나 싶을 정도로 야박하리 만큼 철저하게 주문하게 만든다.

그 대신 식사 후 음식값을 계산할 때 기존의 단골이나 향후 단골로 확보해야 할 만큼 큰 고객에 대해서는 식당 주인은 전체 음식값의 10% 정도를 깎아 준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식사 중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거저 주는 경우는 있어도 식사 후 계산하는데 깎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결과는 비슷할 수 있어도 과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의 사고는 '기브 앤드 테이크'이지만 중국은 철저히 '테이크 앤드 기브'다.

중국인들 사이에서의 거래 기본은 '먼저 챙긴다'이다.

우리네처럼 먼저 베푸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에서의 거래는 일단 내 것으로 만들고 봐야 한다.

외상 거래나 신용거래는 양쪽이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성숙됐을 때나 가능하다.

많은 상거래 중에 문제가 되는 것이 외상을 준 후 회수(回收)를 위해 더 많은 외상을 주고 또 이에 대한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중국에선 일단 돈부터 받고 물건을 내주는 상거래가 망하지 않는 기본 룰이다.

유능한 술집 마담은 많은 단골 확보가 아니라 외상 술값 잘 걷는 사람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