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다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2월 의원들의 집단 탈당 시 "전당대회 후 한 달만 지켜보자"는 시한(14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대에서 결의했던 대통합신당의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 프리미엄 상실로 정책주도권을 내줘 좌절감이 큰 터에 대선전의 마지막 '반전카드'라며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반응도 냉담하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탈당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무엇보다 통합신당 추진이 답보상태다.

열린우리당이 외부세력에 협상카드로 내놓은 안은 두 가지다.

일부 의원들이 먼저 '기획탈당'해 제3지대에서 제정파와 신당추진위를 꾸린 뒤 여기에 당을 통째로 합류시키는 안과 당적을 유지한 채 원탁회의 형식의 '통합신당추진모임'을 구성하는 안이다.

이에 핵심통합 대상인 민주당 측은 "두 안 모두에 열린우리당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열린우리당이 수용키 어려운 의원들의 조건없는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은 아예 열린우리당과의 논의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에 다가서는 형국이다.

3자 통합교섭단체 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게 이를 뒷받침한다.

급기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당해체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당 해체는 당 사수파의 강력한 반대로 2월 전대에서 포함시키지 못했던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이슈를 정 의장이 제기한 데서 신당추진 주도권 상실에 대한 위기감과 이에 따른 다급함이 묻어난다.

여기에 정운찬 전 총장의 최근 행보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그는 이미 대선참여 의지를 굳히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 그가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 불참을 못박았다.

현재의 열린우리당 울타리 속에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심각한 민심이반으로 지지율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열린우리당에 정치생명을 걸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내리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제3지대 신당에 동참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신당모임의 김한길 의원과 만나 기득권 포기와 비(非)열린우리당,중도개혁 노선에 공감한 데서도 이런 기조가 읽혀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상실한 데 따른 좌절감도 크다.

정부와의 정책 조율순서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1번 자리를 내줬다.

최근 한 고위 정책관계자는 "정책조율이 한나라당 뒤로 밀리면서 주도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이런 동시다발적 악재는 당 분열을 재촉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실제 당내에선 "이대로가다간 다 망한다"는 위기감이 커가고 있다.

그간 거취를 고민해온 정동영 전 의장은 월말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은 당에서 마음이 떠난 지 오래"라면서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20여명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 터에 창당주역인 정 전 의장이 당을 떠날 경우 그 충격파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