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이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북 지원이 북한 중앙정부의 식량 등에 대한 공급 능력을 확충시키는 데 집중돼 민간부문이 중심이 돼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을 억제하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11일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 리뷰 3월호'에서 이같이 밝히고 "2·13 합의를 계기로 북한의 시장화를 확대하고 북한 경제의 발전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협정책의 기본원칙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시장경제 발전 막는 대북 지원

동 팀장은 "북한은 1990년대 중반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중앙정부의 경제에 대한 통제력이 크게 약화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2002년을 기점으로 시장화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으로 시장화는 무산되고 오히려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식량 등에 대한 중앙의 공급 능력을 확대시킴으로써 시장경제의 확산을 제어할 필요성을 항상 느끼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제재 등으로 개별 경제단위의 독립채산방식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표면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북한의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것처럼 포장돼 있는 남북경협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민경련 민화협 등 북한의 대남 전담조직으로 창구가 일원화돼 있다"며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북한 당국의 시장경제 확산 제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정부가 민간 차원의 경협도 선별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남북경협이 북한의 공장 및 기업 등 민간부문과의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교류를 통해 상호 혜택을 누려야 하는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한반도 경제의 번영이라는 궁극적 목표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대북 경협정책 기본원칙 재정립돼야"

동 팀장은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를테면 대북 식량 차관이 제공될 경우 민간 차원의 경협이 일정 수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도록 요구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북경협이 북한의 변화 속도를 외부와 동일하거나,더 빠르게 진행되도록 변화 요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경협에 따르는 대금결제 방식에 있어 은행 간 거래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이 같은 거래방식에 따른 제도적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