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가장 긴 일정으로 중남미 순방에 나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첫 방문국인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에탄올 대량생산 및 세계자원화를 위한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순조로운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 곳곳에서는 '반(反)부시'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등 순방 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룰라 대통령과 상파울루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에탄올 대량생산 및 세계자원화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에탄올 생산을 대폭 늘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에탄올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에탄올의 수요 확대에 따른 세계제품화에 대비해 최근 브라질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남아공 등이 창설에 합의한 '국제 바이오 에너지 포럼'을 통해 에탄올 제품의 표준화 작업을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주요 현안의 하나였던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미국이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과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함으로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와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14일까지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를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남미를 순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상파울루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웃옷을 벗고 악기를 집어들고 춤을 추는 등 적극적으로 남미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지만 남미 각국에서는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져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취임 후 가장 긴 일주일 동안의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지원 증액 및 새로운 대체에너지 협력 등으로 반미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이런 행보엔 중남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런 순방목적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남미 국가에서 반 부시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직접 반 부시 시위를 주도하는 등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브라질을 거쳐 우루과이에 도착한 후 차베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만명에 달하는 반미 시위대를 이끄는 등 격한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