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 산업은 성장동력으로서 한계에 부딪쳤으며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IT산업의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는 큰 혼란을 맞을 것"이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최근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1일 내놓은 '주력 성장산업으로서 IT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은은 한국 IT산업의 문제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IT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하고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정작 생산 혁신 측면에서는 IT 활용도가 미흡한 데다 △생산·고용·소득 창출원의 역할이 갈수록 떨어지고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IT산업은 1992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 성장률이 15.9%로 국내총생산(GDP)의 10.9%(2005년 기준),수출의 34.8%(200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원천기술을 아직까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데다 핵심 부품과 소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등 구조적인 취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IT의 국산화율은 자동차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IT산업의 부가가치·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IT 투자 비중(총고정자본 대비)은 1999년과 2000년 40% 수준에서 최근 15% 선으로 떨어져 미국(33.2%) 스웨덴(26.6%) 호주(22.6%) 영국(21.8%) 등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인터넷 게임은 세계적인 강국이지만 전자상거래 등 기업들의 활용도는 선진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기업들의 IT 활용도가 낮아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