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 사장(53)과 조영주 KTF 사장(52). 요즘 통신업계에서 이 두 사람만큼 주목받는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이유는 하나.

두 CEO가 추진하는 '3세대 통신 실험'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해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회사인 KTF는 최근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라는 3세대 이동통신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서비스는 세계 최초다.

남 사장과 조 사장은 2000년대 초 한국통신(현 KT) 3세대 이동통신 추진본부장과 부본부장으로 함께 일한 바 있다.

그때의 '사수'와 '조수'가 이제 각기 와이브로와 WCDMA를 하나씩 들고 KT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

KT그룹은 와이브로와 WCDMA가 경쟁관계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잘만 활용하면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KT, 자회사 '3G전쟁'지원 … 유무선 시너지

KTF, WCDMA에 올인 … 1위등극 목표

KT그룹의 미래를 짊어진 남 사장과 조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 관계가 됐다.

남 사장은 자회사인 KTF가 'WCDMA 전투'에서 승리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는 WCDMA 사업에서 차질이 생기면 모회사까지 타격을 받는다.

조 사장은 모회사인 KT가 와이브로를 활성화해 WCDMA를 지원하는 '지원군'이 되길 기대한다.

KT그룹은 와이브로와 WCDMA를 결합하면 어느 통신회사도 이길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F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조 사장은 전투를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다.

조 사장은 WCDMA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타도 SK텔레콤'을 기치로 내걸었다.

요즘 임직원들과 함께 WCDMA 서비스 브랜드인 '쇼(SHOW)'를 알리기 위해 거리 홍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직원들 휴대폰에서는 쇼를 알리는 통화대기음이 군가처럼 울려 퍼진다.

서울 잠실 KTF 본사에 가면 분위기는 비장함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

'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이란 격문이 눈에 들어온다.

안쪽에는 'WCDMA 1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말은 '안 되면 다 죽는다'는 의미다.

최선봉에 선 홍보실은 아예 전투복 차림이다.

조끼 앞쪽엔 'WCDMA 1등'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등쪽에는 '總力(총력)홍보'가 붙어 있다.

조 사장의 목표는 확실하다.

SK텔레콤을 누르고 3세대 서비스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는 올 신년사에서 이순신의 '생즉필사 사즉필생'을 강조했다.

"배 12척으로 일본 전함 133척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새해 첫날 새벽에는 임원 57명과 함께 검단산 정상에 올라 결의를 다졌다.

조 사장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WCDMA 전국 서비스를 SK텔레콤보다 석 달쯤 빠른 3월1일 시작했다.

이날 선보인 '쇼(SHOW)'가 바로 그것이다.

SK텔레콤이 부랴부랴 WCDMA 전국망 구축 시점을 3월 말로 앞당기긴 했지만 전국 서비스는 5월께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F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KTF는 전국 서비스 첫해인 올해 270만명의 WCDMA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음성 위주인 2세대와 영상 위주인 3세대 시장은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며 "세계 최초로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SK텔레콤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2010년께 국내외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90%가 3세대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300만 KTF 가입자도 2012년이면 3세대로 갈아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05년 7월 KTF 사장 취임 이후 1조8000억원을 WCDMA에 쏟아부었다.

음성통화 위주의 2세대가 주류인 시기에 영상통화와 고속 데이터통신 중심의 WCDMA 서비스에 모든 것을 걸었다.

WCDMA 올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조 사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

통신업계는 이제 조 사장이 지휘하는 '쇼'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시하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도 전투를 치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KT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남 사장의 미션이다.

기존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성장 한계에 달했다.

유선과 무선이 결합하고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시대에 과연 무엇으로 돌파구를 찾나.

현재로서는 인터넷 기반의 IPTV와 와이브로에 매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IPTV는 법제 정비 미비로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남 사장이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 사장은 다음 달부터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이면 서울 모든 지역과 지하철, 수도권 주요 도시 대학가에서도 이동 중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반응을 보며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KT는 최근 와이브로 서비스 브랜드와 BI(Brand Identity·브랜드 정체성)도 선보였다.

'KT WIBRO'가 그것이다.

BI에는 와이브로가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창조한다는 뜻을 담았다.

KT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단말기를 내놓기로 했다.

KT는 와이브로와 WCDMA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USB 모뎀 '아이플러그 프리미엄'도 내놓았고,음성통화와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복합 단말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와이브로 유통망에 KTF 대리점도 포함시켜 소비자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와이브로를 통해 쇼핑 교통 금융 서비스와 동영상 UCC(이용자 제작 콘텐츠)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와이브로와 WCDMA를 결합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와이브로와 WCDMA는 고속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적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경쟁하는 구도가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KT는 와이브로와 WCDMA 서비스 지역을 상호 보완하는 형태의 결합 상품을 내놓아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와이브로가 참여정부의 치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정부도 최근 와이브로 활성화를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와이브로가 국내외에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외교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와이브로 활성화는 남 사장에게는 피할 수 없는 부담이자 새로운 희망이다.

남 사장과 조 사장.한때 KT그룹의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함께 고민했던 두 사람이 KT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힘을 합쳤다.

남 사장과 조 사장의 공통점은 '온화한 카리스마'다.

늘 웃는 표정의 두 CEO가 발휘하는 리더십은 KT그룹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