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생활가전 사업은 한국에서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밝힌 이후 광주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광주시와 지역상공업계는 발언의 진의 확인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4년 수원에 있던 삼성의 백색가전 생산라인이 광주로 이전한 후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광주 지역경제에서 삼성광주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 관계자는 12일 "이 회장의 발언은 국내 가전라인의 해외이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해외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광주전자의 비중을 감안할 때 광주지역 경제는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광주전자의 생산기능이 축소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디지털컨버전스 부품센터 확대 등 디지털 가전산업 육성을 위한 6개 분야 25개 사업 추진 계획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07개에 이르는 지역 협력업체들도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생산라인 해외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면 협력업체의 해외 동반진출 등 지원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협력업체는 조만간 공식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광주삼성전자는 이미 고부가가치 프리미엄급 제품 생산체제로 전환 중이어서 실제 라인 축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되지만 차제에 기업이 지역에서 오래 존속할 수 있도록 노사 평화 정착 지원 등 지역적 차원에서 다각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광주전자는 확산되고 있는 생산 축소설 조기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광주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체 생활가전 부문이 지난해 18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아직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삼성광주전자는 지난해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년째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은 가전사업 포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산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광주공장은 이미 저가모델 생산은 하지 않고 있어 공장의 현 골격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채동석 삼성광주전자 부사장은 이날 하루 동안 광주전남 경영자총협회와 광주상의,광주시청을 잇따라 방문해 향후 삼성광주전자가 내수와 수출용 프리미엄급 제품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광주전자는 냉장고,에어컨,세탁기,청소기,김치냉장고 등을 제조해 지난해 매출액 2조336억원을 기록했다.

광주ㆍ전남 지역에 미치는 생산유발 효과도 9600억원에 달하며 고용창출 효과도 1만2400명에 이르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