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재건축 임대아파트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들은 관련 규정에 따라 이들 임대주택을 우선 매입하게 돼 있으나,인수를 기피하는 바람에 주택공사가 이들 물량을 대신 떠안아 장차 임대주택 재원 마련 등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주공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용적률 증가분의 최대 25%까지 의무적으로 짓게 돼 있는 재건축 임대아파트 85개 단지 5872가구를 지자체 대신 인수하기로 했다.

특히 경기도는 고양 원당주공·군포 산본주공·광명 철산·하안주공 등 65개 단지 5112가구,인천시는 서구 신현주공 등 16개 단지 675가구씩의 재건축 임대아파트 전량을 주공에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도 노원구 월계라이프 등 4개 단지 85가구를 주공에 대신 매입토록 했다.

그나마 서울시는 2010년 이전에 공급할 재건축 임대아파트 3726가구와 2010년 이후 공급분 2만927가구를 장기 전세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이어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05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 임대아파트를 해당 지자체가 우선 매입,관리토록 하되 불가피할 경우에는 주공 등에 매입을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임대주택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도심권에 들어서는 데다 보증금과 임대료도 주변 전셋값의 90% 선에 달해 지자체의 매입 기피는 주공의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공 관계자는 "재건축 공정률이 80%를 넘는 시점에서 단지별로 인수 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어 현재로서는 추가 부담이 어느 정도 될지 추정하기 힘들지만 재원 마련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도 이를 의식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재건축 임대주택 인수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지자체들은 재정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재건축 임대주택은 토지는 공시지가,건물은 표준건축비로 매입하는 만큼 지자체들이 임대아파트를 비축·관리하기 좋은데도 서울시를 제외하면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는 곳이 별로 없다"면서 "임대주택 매입·관리는 서민 주거를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기본 책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발전연구원에 맡긴 '재개발·재건축 임대주택 인수 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연말께 나오면 재건축 임대주택의 매입·관리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나올 재건축 임대아파트도 당분간 주공에 추가 인수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에만 치중한 나머지 지자체들의 임대주택 매입·관리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지게 한 원인"이라며 "주공의 자금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