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기관들이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들의 '주총 거수기' 역할이 올해부터는 더 이상 안 통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운용은 SK가스,현대모비스,CJ,KCC 등 4개 기업에 대해 주총 의결권 반대 의사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CJ,KCC에 대해선 정관 변경이나 이사보수한도 증액,사외이사 선임 등에 이미 반대표를 던졌으며 오는 16일 주총을 앞둔 SK가스에 대해선 이사보수한도 증액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로 했다.

신영투신도 삼진제약,한진중공업,일신방직 등 4개 상장사에 대해 이사선임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주로 회사측에서 연임시키려는 이사후보가 이사회 출석률이 낮았거나 회사측과 내부자 관계라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세이에셋도 한진중공업,두산,KCC 등에 대해 이사 선임을 반대했으며 현대모비스에 대해선 시차임기제 도입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한진중공업의 이사 선임건과 CJ의 이사보수한도 증액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밖에 신한BNP가 한진,대한항공,대한유화 등에 대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며,칸서스자산운용은 대한유화,대우건설 등에 대해 이사 선임 및 이사보수한도 증액이 부당하다는 의사를 제시했다.

국민연금도 두산중공업의 대주주 일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의결권 행사 지침을 대폭 강화하고 주주가치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선 과거와 달리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70여개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한국밸류자산운용도 투자 기업들을 지배 구조와 주주 만족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긴 후 문제가 있는 기업의 경우 적극적인 주주제안이나 의결권 반대에 나설 계획이다.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 대표는 "기관들이 대부분 올해부터 주총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을 강화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에 대해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