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이 호텔경영보다 훨씬 어렵네요. 예전엔 가족들이랑 여름휴가 패키지 여행을 이용했지만 직접 상품을 파는 입장이 되고보니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여행업계 입문 2개월을 보낸 심재혁 레드캡(옛 범한여행) 신임 사장(60)의 소감이다.

LG그룹 회장실,LG텔레콤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까지 인터컨티넨탈호텔 경영을 맡았던 심 사장은 '폭탄주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한양대학교 최고경영자 엔터테인먼트 관련과정에서 폭탄주를 주제로 논문을 쓴 것도 부족해 지난해에는 주한 외교관과 비즈니스맨을 모아놓고 폭탄주 강의를 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그가 올초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레드캡투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평생 대기업 '우산' 속에 있었던 심 사장으로서는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그는 "제의가 왔을 때 맨먼저 범한여행을 설립한 구자헌 전 회장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평생 잰틀맨이었던 그분의 이미지와,60을 넘긴 나이에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저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심 사장은 사장을 맡자 책임경영 차원에서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레드캡이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한 미디어솔루션 주식에 투자했다.

심 사장은 "주당 3만원 초반에 산 것에 비해 현재 가격이 10% 이상 떨어져서 올해 경영을 열심히 해서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여행업이 곁에서 보아온 것과 달리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솔직한 소감이다.

"호텔 사장 시절 하나투어 박상환 대표도 가끔 만났는데 그때는 그냥 잘나가는 여행업체 사장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와서 보니 여행업계의 거인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선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여행업계가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전자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소니가 국내 전자업체에 뒷덜미를 잡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번 코스닥 상장은 설립 30년을 맞은 레드캡이 독립회사로 거듭나고 전 임직원이 전사적으로 전력질주를 하는 전환점이라는 데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범한물류와 통합돼 있었던 레드캡은 오랜 역사와 높은 고객충성도에 불구,법인상품과 렌털분야에 영업이 한정된 탓에 업계 6위권에 머물렀다.

따라서 일반 고객 대상의 패키지상품을 확대하는 올해가 공격경영의 원년이라는 것이다.

마당발인 심 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심 사장은 "회사 측이 필요로 하는 역량이 안방 살림꾼이 아닌 영업맨의 역할이고 나 역시 제1영업맨이라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