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바람을 타고 온다. 동백에 이어 매화 산수유가 꽃망울을 틔우고 진달래와 철쭉이 화답한다. 요즘은 매화와 산수유 철. 가볍게 차려입고 봄꽃의 그 진한 향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흐드러진 매화

◆전남 광양 섬진마을=국내 최고의 매화나들이 명소다. 잔잔한 섬진강 물색과 어울린 매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매실박사 홍쌍리씨의 청매실농원이 그 중 으뜸이다. 카페트를 펼쳐 놓은 듯 파랗게 돋아난 보리싹 위 어른 키 높이로 펼쳐진 매화밭 풍경이 환상적이다. 매실이 익어가는 가지런한 재래장독도 봄색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오른쪽 길 초입에 최고의 전망포인트가 있다. 길을 더 올라가 들어서게 되는 매화터널길도 좋다. 각종 매실제품도 살 수 있다. 25일까지 매화축제가 이어진다.

◆전남 해남 보해매실농원=보해양조가 매실주용 매실을 생산하기 위해 조성한 농원이다. 14만평에 달하는 규모의 매화밭을 자랑한다. 5가지 색깔의 매화를 모두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산기슭에 있는 광양의 청매실농원과는 달리 평지농원이다. 그래서 만개한 매화꽃을 위에서 내려다볼 때의 시원한 맛은 없다. 매화나무 사이에 들어서야 진면목을 즐길 수 있다. 자연수정을 위해 풀어놓은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유난히 크다. 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이달 말까지 볼 수 있다.

수줍은 산수유

◆전남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매화와 함께 봄을 대표하는 꽃이 산수유꽃이다. 광양 섬진마을에서 가까운 구례 지리산 자락의 산동면 상위마을의 산수유가 유명하다. 이 일대에서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의 70%가 난다.

축제를 위해 큰 길도 내고 하면서 옛 모습이 많이 허물어졌지만 상위마을에서 만큼은 아직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언뜻언뜻 비치는 산골마을의 모나지 않은 지붕선과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샛노란 산수유 꽃색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게 해준다. 18일까지 지리산온천단지 일대에서 축제가 열린다.

◆경기 이천 백사면=수령 100년이 넘는 산수유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천에서 제일 높은 원적산(634m) 아래의 영원사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가의 산수유를 볼 수 있다. 송말리에서 도립리를 거쳐 경사리에 이르기까지 노랑 꽃물결이 일렁댄다.

특히 도립리는 마을 전체가 산수유밭이라고 할 정도여서 그 풍경이 남다르다. 이 곳의 산수유는 보통 4월10일 전후로 만개한다. 30일부터 4월1일까지 사흘간 산수유축제가 예정돼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