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아프리카' 유모차 있어요? 유아용 카시트는 호주산 '브라이택스'가 필요한데…."

13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7층의 유아용품 편집매장.유아용품을 사러온 고객 대부분은 외산 브랜드만 찾았다.

제품 진열도 외산 브랜드가 얼마나 인기인지를 한 눈에 보여줬다.

국산 브랜드는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반면 고객의 눈길이 갈만한 곳은 어김없이 수입 브랜드들로 채워진 것.

유아용품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세대 부모들이 유아용품을 구입할 때 패션을 중시하면서 디자인에서 앞선 해외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국내 메이커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제품 개발을 등한시한 탓이다.

이에 따라 4년 전만 해도 15~20%에 불과했던 외산 브랜드의 국내 유아용품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유모차는 영국산,유아용 카시트는 호주산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수입된 유모차와 유아용 카시트는 각각 1507만달러,3464만달러어치에 달했다.

수입 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3년과 비교할 때 유모차는 네 배,유아용 카시트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백화점 등 고가 매장일수록 수입산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한 달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팔린 유모차와 유아용 카시트 가운데 82.1%가 수입산이었다.

수입 브랜드들은 유아용 젖병시장도 '접수'하고 있다.

연간 100억원 규모의 유아용 젖병시장에서 국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모차는 영국 브랜드 '맥클라렌',유아용 카시트는 호주의 '브라이택스',젖병은 영국의 '아벤트' 등이 단연 베스트 셀러다.

40만~50만원 대의 맥클라렌 유모차는 국산제품보다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싼 데도 작년 한 해 동안 2만5000대를 팔았다.

브라이택스도 배 이상 늘어난 2만6000대를 판매했다.


기는 국내산,날아가는 수입산

2002년까진 국내 브랜드들이 유아용품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안방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젊은 부모들 사이에 한 명만 낳아 황제처럼 잘 키우겠다는 '소황제 열풍'이 불면서 고가 수입품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나갔다.

아가방과 베비라 등 국내 유명 유아용품 업체의 유모차와 유아용 카시트 매출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국내 업체들이 수입산에 유아용품 시장을 내준 데는 저출산 여파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투자를 게을리한 탓도 크다.

아가방의 강준택 생산팀장은 "개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젖병 브랜드인 누크의 곽선화 브랜드 매니저는 "저출산과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젖병 시장 규모가 연간 10%씩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시장 규모에선 투자할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